'MB에 증오감' 비망록 쓴 이팔성, 오늘 첫 법정 증언

입력 2019-04-05 06:17  

'MB에 증오감' 비망록 쓴 이팔성, 오늘 첫 법정 증언
19억여원 뇌물수수 혐의 두고 설전 예상…재판부, 구인장 발부
증인신문 뒤 김윤옥 여사 등 증인 채택 여부도 결론 예상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는 뇌물수수 혐의의 진위를 가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5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서 첫 증언을 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는 데 핵심 증거가 된 이른바 '이팔성 비망록'의 작성자다.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일기 형식의 비망록 안에는 자신이 직접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 청탁을 한 내용, 뇌물을 줬음에도 뜻대로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 등이 기재됐다.
비망록 내용 중에는 이 전 대통령과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을 향해 "증오감이 솟는다"거나 "배신감을 느낀다", "어처구니없는 친구다"라는 등의 적나라한 표현도 포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1심은 이 비망록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 공소사실 중 이 전 대통령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 중 19억원과 1천230만원 상당의 의류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거짓말탐지기로 확인하고 싶다"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비망록의 내용을 전면 부인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증인을 신청해 사실관계를 따지기로 하고, 이 전 회장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 신문해야 할 핵심 증인으로 꼽았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이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증인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아 그동안 법정에 부르지 못했다.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지난달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 전 회장의 증인 신문 일정을 공지하자, 그제야 이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며 구인 영장을 발부했다.
구인 영장까지 발부된 만큼, 이날 법정에서는 이 전 회장이 증언대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비망록 내용의 진위를 두고 이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팽팽한 공방도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이 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할지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윤옥 여사를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수수했는지 등을 놓고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해당 공소사실의 유·무죄는 1심에서 순수한 법리적 판단으로 결론이 난 만큼 증인신문이 필요 없으며, 이는 검찰의 '망신주기'일 뿐이라며 반대해 왔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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