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여객기 조종사, 보잉지침 따랐지만 통제 못해"(종합2보)

입력 2019-04-04 19:22   수정 2019-04-04 20:10

"에티오피아 여객기 조종사, 보잉지침 따랐지만 통제 못해"(종합2보)
에티오피아 교통부, 추락사고 예비조사결과 발표…기체결함에 '무게'
교통부 장관, 보잉사 향해 "비행통제시스템 재검토해야"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난달 발생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의 추락 당시 조종사들이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사가 마련한 비상지침을 철저히 따랐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다그마윗 모게스 에티오피아 교통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여객기 사고의 예비조사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모게스 장관은 "승무원들은 제조업체(보잉사)에 의해 제공된 모든 절차를 반복적으로 수행했지만, 여객기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가 비행통제시스템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며 "항공당국은 비행기가 운항하기 전에 비행통제시스템이 적절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게스 장관은 추락사고의 책임이나 사고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1년 이내에 여객기 사고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사고원인을 분석해왔다.

에티오피아항공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고기 조종사들이 숙련된 승무원들이라며 조종사들이 항공기 상황을 회복할 수 없었던 점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떠나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MAX) 8'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하면서 탑승자 157명이 모두 숨졌다.
모게스 장관의 언급은 에티오피아 항공기 사고가 조종사 과실보다는 기체결함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사고는 실속(失速·stall) 방지 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오작동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MCAS는 비행기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기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지난달 29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조사관들을 인용해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실속방지 자동시스템이 가동됐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발표 등으로 기체결함 개연성이 커지면서 세계적인 항공기 생산업체인 미국 보잉사의 신뢰에 흠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의 보잉 737맥스가 추락해 189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때도 조종특성향상시스템 오작동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5개월 만에 보잉 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세계 각국은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미연방항공청(FAA)은 보잉 737맥스 기종의 안정성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으며 미국 의회와 연방수사국(FBI), 검찰 등도 737맥스의 안전 승인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잉사는 3일 조종특성향상시스템의 업데이트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시험비행에는 보잉사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스 뮬렌버그가 참여했다.
[로이터 제공]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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