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미국 워싱턴 대교구장에 사상 첫 흑인 임명

입력 2019-04-04 22:19  

교황청, 미국 워싱턴 대교구장에 사상 첫 흑인 임명
성 학대 은폐 의혹에 사퇴한 우얼 추기경 후임…괌 대주교는 성학대 혐의 확정돼 해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 학대 의혹에 연루된 교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미국 워싱턴DC 대교구장에 사상 최초로 흑인이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 애틀랜타 대교구장인 윌턴 그레고리(71) 대주교에게 워싱턴 대교구를 이끌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고 교황청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수도를 관장해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곳으로 인식되는 워싱턴 대교구장을 흑인이 맡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워싱턴DC 대교구장은 보통 추기경이 맡는 것이 관례라, 그레고리 대주교는 조만간 신임 교황 선출 시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으로도 서임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그레고리 대주교는 120만명의 신자를 보유한 미국 남부 애틀랜타 대교구를 14년간 이끈,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 성향 성직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는 1973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2001∼2004년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그가 주교회의 의장을 맡은 시기는 2002년 보스턴에서 불거진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은폐 파문으로 미국 가톨릭 교회가 큰 위기에 빠졌을 때로, 그는 당시 아동 성 학대 방지를 위한 새로운 헌장 제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성직자들의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 미국 가톨릭계 최초로 작성된 이 헌장은 이후 관련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뼈대로 하는 가이드라인 수립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워싱턴DC 대교구장은 사제들에 의해 과거 저질러진 성 학대 사건들을 은폐하는 데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우얼(78) 대주교(추기경)의 사표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락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빈 자리로 남아 있었다.
12년 동안 워싱턴DC 대교구장을 지낸 우얼 대주교는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가톨릭 사제 301명이 1천명이 넘는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년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사법 당국이 발표한 이후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펜실베이니아에서 주교로 봉직한 그는 주교 재임 기간에 자신의 교구에서 벌어진 성 학대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우얼 대주교에 앞서 워싱턴DC 대교구장을 지낸 시어도어 매캐릭(88) 전 추기경도 과거 미성년자들과 성인 신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비행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올초 교황청이 사제직 면직 처분을 내린 바 있어 워싱턴DC 대교구는 교구장 2명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편, 교황청은 과거에 미성년자 3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령 괌 아가나 대교구의 앤서니 아푸론(73) 대주교에 대한 교황청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인정됐으며, 이에 따라 그를 아가나 대교구장 직에서 해임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교황청은 이번 재판은 최종심으로, 법정은 또한 아푸론 대주교가 잠깐이라도 괌에서 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아푸론 대주교의 후임으로는 미국 디트로이트 보좌주교인 마이클 비어른스가 임명돼 아가나 대교구를 이끌게 됐다. 아가나 대교구는 사제들에 의해 성 학대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소송과 이에 따른 배상금 지급으로 인해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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