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출신 로버트 칼린 LA타임스 기고…"'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 내려놔야"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말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서가 사실상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 대신 보다 실현 가능한 해법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국무부 북한정보분석관 출신인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방문학자는 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볼턴의 본능이 아닌 그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은 로이터통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미 문건과 관련, "부분적으로 '리비아 모델'의 재탕"이라며 이는 핵보유국의 전면적이고 신속한 항복 내용을 담은 "볼턴의 결함 있는 조리법"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뿐 아니라 운반수단인 탄도 미사일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더 나아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까지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핵물질과 핵무기의 미 반출은 북한이 꺼리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북 매파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창해온 방식이다.
칼린은 "하노이 회담 동안 쟁점은 우리가 선호하는 최종 결과를 갖고 북한과 맞서는 게 아니라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얻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1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실현 가능한 접근법에 찬성해, 볼턴의 '올 오어 너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리비아 모델을 제쳐뒀다"며 "그 접근법을 계속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린은 리비아 모델의 문제점을 "순환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 국가가 핵 포기를 결정했다면 모든 것을 폐기하고 반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가정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런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형식논리에 빠져 타협 여지가 제약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칼린은 "북한 사람들에게 이건 진정한 외교가 아니다. 항복 요구"라며 이 방안이 다시 나타난 것을 보면서 북측은 1994년 제네바에서 타결된 미-북 간 기본합의가 볼턴 주도로 2002년 파기된 장면의 반복을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 전략이 극도로 조심스러운 북한과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중심인 영변 폐기를 위한 첫걸음을 포기하고 대신 빅딜을 택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건 볼턴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했던 것과 같은 류의 나쁜 조언"이라고 지적했다.
칼린은 "'빅딜 아니면 너싱'이라는 낡은 깃발 아래 외교를 포기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라는, 한 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북한의 제안은 모호했고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그러나 볼턴이 제안한 문서는 협상 과정을 박살 내기 위한 망치였다"면서 "더 나쁜 건 플랜B는 없고 압박 효능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믿음뿐"이라고 했다.
그는 내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왔을 때, 양 정상이 김 위원장을 상대하는 서로의 실용적 경험을 활용하고 '올 오어 너싱' 접근법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북한과 협상에서 견인력을 되찾을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종 "한미 최종목적 의견일치…정상회담 좋은결과 나올것"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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