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자목 판매 놓고 "취지 벗어나"vs"아들 나무인데"(종합)

입력 2019-04-05 11:41  

정이품송 자목 판매 놓고 "취지 벗어나"vs"아들 나무인데"(종합)
보은군, 이달 200그루 판매 계획했으나 문화재청 요청 따라 '잠정 중단'
군 관계자 "문화재청 협의 후 사업계획 진행할지 결정할 것"

(보은=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이면서 속리산의 상징인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의 자목(子木)을 판매하는 계획을 놓고 충북 보은군과 문화재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의 상태 변화에 대한 허가권을 가진 문화재청은 정이품송 자목을 판매하려 했던 보은군에 사업의 중단을 요구했다. 문화재청은 자목 판매가 애초 종 보존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이품송의 씨앗을 받아 자목을 키워온 보은군은 자목 판매가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보은군은 5일 문화재청의 전날 요청에 따라 정이품송의 자목 판매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정이품송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자목 분양 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일단 문화재청의 요청에 따라 계획은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은 이달부터 정이품송의 10년생 자목 200여 그루를 판매하려 했다. 가격은 1그루당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판매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밀려들었고 군은 순서에 따라 올해 200그루를 1차로 판매할 생각이었다.
군이 생산한 자목은 2010년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키운 것으로 높이 3∼4m, 밑동 지름 10∼15㎝ 정도 된다.
충북대 특용식물학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비'인 정이품송과 99.9% 형질이 일치한다는 확인서도 받았다.
반면 문화재청은 종(種) 보존을 위해 정이품송의 씨앗을 받아 증식하는 허가를 내줬을 뿐 판매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재보호법 35조 1항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 상태를 변경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군은 정이품송의 솔방울을 채취해 자목을 키우겠다며 2008년 문화재청에 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은군이 자목을 키워 특화된 숲을 조성한다고 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민간 판매와 관련한 내용은 없어서 중단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있는 정이품송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나무다.



원래 원추형 자태가 아름다웠는데, 1980년대 솔잎혹파리에 감염되고 연이은 태풍 피해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제 모습을 상실한 상태다.
군은 현재 2곳의 군유림(2.4㏊)에서 정이품송과 이 나무의 '부인 나무'로 불리는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104호) 자목 2만여 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귀한 나무이다 보니 군은 10년 가까이 언론에 정이품 소나무가 자라는 위치도 공개하지 않았다.
자칫하다가 소나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였다.
군 관계자는 "일반인에게 장소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을 만큼 자목은 소중한 군의 재산"이라며 "자목 판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과 협의를 진행,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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