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물질 채취용 '인공 크레이터' 조성 실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5일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 표면에 인공 웅덩이(크레이터)를 만들 충돌장치를 분리했다는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JAXA의 실험 계획에 따르면 하야부사2는 4일 오후 1시쯤 류구 상공 20㎞에서 하강을 시작해 5일 오전 10시 44분께 고도 500m에 도달했다.
거기에 10분 정도 머물면서 구리로 만든 금속탄환을 쏘아 내릴 충돌장치와 촬영용 카메라를 분리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었다.
충돌장치는 이날 오전 11시 53분께 고도 200m 부근에서 내부 폭약을 터뜨려 소프트볼 크기인 2㎏ 정도인 금속탄환을 초속 2㎞로 류구 적도 부근의 표면에 충돌시킬 예정이었다.
JAXA는 충돌실험이 성공했다면 류구 표면에 최대 직경 10m, 깊이 1m 정도의 웅덩이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충돌장치를 분리한 하야부사2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충돌장치의 폭약점화에 따른 충격을 피하고 류구 표면에서 튀어 오르는 암석 파편에도 맞지 않도록 3.5㎞가량 떨어진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해 머물게 돼 있었다.
이와 관련, JAXA는 충돌장치를 분리한 하야부사2가 폭발 영향에서 벗어나 기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충돌실험 장면은 하야부사2를 대신해 우주 공간에 사전에 띄워놓은 소형 카메라가 촬영한다.
모든 실험은 사전 설정된 명령 절차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된다.
하야부사2는 실험이 끝난 뒤 웅덩이 상공으로 돌아가 약 2주에 걸쳐 20㎞ 고도로 서서히 상승하게 된다.
이어 웅덩이 주변 상공에 암석 등의 파편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올 5월 하순쯤 다시 착지해 시료 채취에 나설 예정이다.
소행성 표면에 인공 웅덩이를 만들어 내부 시료 채취에 나서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 혜성에 관측기기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인공 크레이터를 만들어 시료 채취까지 시도하지는 않았다.
지표와 비교하면 땅속의 물질은 강력한 방사선인 우주선이나 태양풍 등을 피해 생성 초기의 성질을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JAXA는 이번 충돌실험이 성공하면 태양계 탄생 초기 상태의 모습을 하고 있을 '타임캡슐'을 열어 태양계 탄생 과정과 생명의 기원을 알아내는 실마리를 얻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46억년 전 탄생한 류구 같은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에 앞서 하야부사2는 지난 2월 22일 류구에 순간 착륙해 표면의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에서 3억㎞ 이상 떨어진 류구에서 탐사 활동을 하는 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 가고시마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후 약 3년 6개월에 걸쳐 태양 궤도를 돌면서 작년 6월 류구 상공에 접근했다.
하야부사2는 내년 말쯤 채취한 시료를 갖고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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