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재벌 총수의 일당이 직원 평균 연봉과 맞먹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에 이웅열 전 코오롱 그룹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55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의 연봉은 138억 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37억 원이었다.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은 107억 원,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104억 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95억 원으로 공시됐다.
재벌총수라고 하더라도 500억 원에 가까운 액수를 퇴직금으로 챙겨가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일반 직장인들은 30년간 한 회사에 헌신해도 4억∼5억 원을 퇴직금으로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와 이재현 회장의 연봉은 쉬는 날 없이 1년 365일 근무했다고 가정해도 하루 일당이 4천만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한국에서 연간 급여 4천만 원이 안 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점에서 놀라운 액수다.
재벌총수들이 연봉 외에 받는 배당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작년에 상장사로부터 받은 배당액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4천748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887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684억 원, 구광모 LG그룹 회장 518억 원 등으로 각각 수백억 원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배당금을 받으면서 거액의 급여에 매달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거액의 봉급을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연봉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조직 내 보수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면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사회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리더는 조직원들과 아픔과 기쁨을 같이해야 한다. 그래야 부하 직원들이 믿고 따른다. 위대한 리더십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보다 50배, 60배, 100배나 되는 급여를 챙겨가는 리더가 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한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과 신뢰가 이뤄질 수 있을까.
재벌총수나 CEO들은 왜 이렇게 많은 급여를 받는지에 대해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급여의 근거와 기준, 이에 부합하는 성과 등에 대해 주주와 직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기가 힘들다. 이사회가 재벌총수의 연봉을 올려주고, 재벌총수는 이사들에게 혜택을 주는 '담합' 구조가 문제라면 이 또한 고쳐야 한다. 당국은 제도적 결함이 없는지 들여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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