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물이라도…' 정전에 단수까지 베네수엘라 주민 아우성

입력 2019-04-05 17:15   수정 2019-04-05 18:10

'냄새나는 물이라도…' 정전에 단수까지 베네수엘라 주민 아우성
2천만명, 물 부족·단수 경험…계곡서 샤워·빨래해 환경오염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대규모 정전이 잇따르는 베네수엘라에서 장기간의 단수사태까지 벌어져 주민들의 불편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수돗물이 끊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주민 수백명이 날마다 인근 아빌라 산속에서 계곡물로 몸을 씻고, 식수를 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제공]
최근 2주간 물 부족 또는 완전한 단수를 경험한 베네수엘라 주민은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빨랫감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딸과 함께 아빌라 계곡을 찾은 주민 고지 에스칼란테는 "이미 수돗물이 한 달 전부터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계곡물에 적신 셔츠를 바위에 펼쳐두고 세제를 뿌려 문지르며 "여기서 빨래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조나탄 로페스는 허벅지까지 오는 계곡에 들어간 채로 "조금 춥지만 어떻게든 해야 한다"며 계곡물로 몸을 씻었다.
주민들은 계곡에서 샴푸로 머리를 감고, 비눗물을 닦아내기도 했으며, 일부는 계곡을 화장실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물을 찾아 빈병과 양동이를 들고 가파른 빈민가 도로를 오르내리는가 하면, 분수대, 흙탕물이 흐르는 개울, 하수구 냄새가 나는 우물을 찾아 위험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데 비아나 전 상수도 관리원장은 "이들은 더는 이곳을 '우물'이나 '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퍼올린 물이 "다른 이들의 화장실에서 나온 마실 수 없는 하수"라고 우려했다.
카라카스 대학의 감염성 질환 전문가는 이 지역에서 설사나 장티푸스, A형간염과 같은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호세 마누엘 실바 환경보호 자선단체 관리자는 최근 산불 피해를 본 아빌라 산에 주민들이 몰리면서 환경 파괴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사용한 세제와 샴푸 등을 계곡에 그대로 흘려보내고, 음식물 포장지와 같은 쓰레기를 산속에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난이 심한 베네수엘라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면서 최근 정부가 공원 관리원과 소방관의 숫자도 대폭 줄였다고 덧붙였다.
실바는 "생활에 꼭 필요한 물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유입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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