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WT-북한 중심 ITF, ITF 본부 있는 오스트리아 빈서 첫 합동공연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한국 중심으로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이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채택 25주년을 기념하고자 ITF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 합동 시범공연의 막을 올렸다.
WT와 ITF 태권도 시범단은 5일(이하 현지시간) 빈의 사보옌 호텔 올림피아 만시니 홀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펼쳤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그동안 WT 본부가 있는 서울에서는 두 연맹 시범단의 합동공연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ITF가 1985년 본부를 캐나다 토론토에서 빈으로 옮긴 이래 빈에서 함께 무대를 꾸민 것은 처음이다.
WT와 ITF는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지만 이번 WT 시범단은 한국, ITF 시범단은 북한 국적의 단원들로만 꾸려졌다.
이날 시범공연은 100여명의 관객 앞에서 오스트리아의 소사이어티 매거진 대표인 게르투르트 타우흐하머의 사회로 시작됐다.
나일한 단장과 최동성 감독을 포함한 20명의 WT 시범단이 먼저 '비상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화려한 시범을 보였다.
짝을 이루지 못하면 날지 못하는 상상의 새 비익조가 나머지 한쪽 날개를 찾아 비상을 꿈꾼다는 내용으로, 재회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때로는 신나고, 때로는 서정적인 음악에 맞춘 30여분간의 고난도 격파 기술과 현란한 발차기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어 박영칠 단장을 포함한 13명의 ITF 시범단은 절도있는 동작과 위력격파, 호신술 등을 선보였다.
30여분간 이어진 각 시범 순서마다 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미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는 단원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WT와 ITF 시범단이 함께 무대에 함께 올라 합동공연을 펼쳤다.
이후 내빈과 관람객에게 인사를 하며 역사적인 유럽 공연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조정원 WT 총재와 리용선 ITF 총재를 비롯한 두 연맹 임원들은 양측 시범단원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조 총재는 "WT 시범단을 ITF 본부가 소재한 빈으로 초대해주신 리용선 ITF 총재에게 감사드린다"며 "2014년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참관하에 두 기구가 합의의정서를 체결한 지 5년을 맞아 '태권도는 하나'라는 정신을 토대로 지속적인 상호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리 총재는 "오스트리아에서 출발한 이번 유럽 합동공연이 두 기구 간의 우정과 화합을 더욱 다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공연이 하나의 태권도로 가기 위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화답했다.
WT와 ITF의 이번 유럽 합동공연은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25주년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WT 시범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조 총재가 리 총재에게 제안하고 리 총재가 이를 선뜻 받아들이면서 추진됐고, 바흐 IOC 위원장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행사 일정 등이 조율됐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무도인 태권도는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03차 IOC 총회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 스포츠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WT, ITF 시범단은 오는 8일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이동해 11일 올림픽박물관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한다.
12일에는 제네바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 제네바본부에서 유럽 합동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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