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 좋아지는 것이 더 큰 의미, 그 밖의 것들은 보너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예전엔 그게 제 목표 가운데 하나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기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7년 전 '악몽'을 확실히 털어낼 기회를 잡은 김인경(31)의 조심스러운 소감이다.
김인경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 달러)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오후 조 선수들의 경기가 다 끝나야 2라운드 최종 순위가 확정되겠지만 오전 8시 25분 현재 6개 홀을 남긴 고진영(24)을 2타 차로 앞서 있어 선두를 지키거나 최소한 선두권에서 3라운드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회는 2012년 김인경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안겼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당시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라는 명칭이었던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김인경은 마지막 18번 홀 30㎝ 파 퍼트만 남기고 있었다.
툭 건드려서 넣으면 우승이 확정되겠다고 주위에서 여겼으나 이 퍼트는 홀을 돌아 나왔고, 결국 연장에서 김인경은 패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 기회를 놓친 김인경의 당시 경기 영상은 이후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 역전패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애용됐다.
그때와 같은 코스에서 대회 명칭만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바뀐 올해 2라운드 선두권을 유지한 김인경은 "리더보드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이 대회 우승이) 제 목표 가운데 하나였지만 지금은 여기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KIA 클래식에서 공동 19위에 오른 그는 "지난주부터 경기력이 좋아졌다"며 "오늘은 바람도 별로 안 불었고 경기 초반에 거리가 좀 덜 나갔지만 경기를 하면서 그런 부분도 조금씩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조에서 경기한 김인경은 "퍼트가 어제보다 잘 됐고 아무래도 오후 조로 경기하면 바람 때문에 핀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2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이곳에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인경은 "골프를 즐기고 싶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늘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 나가고 저의 경기 내용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3라운드 이후 선전을 다짐했다.
메이저 첫 우승은 2017년 브리티시오픈을 통해 달성한 그는 "그때의 경험으로 골프라는 경기를 더 이해하게 됐다"며 "모든 인생의 과정, 단계에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2017년 메이저 우승 포함 3승을 거둔 김인경은 "우승도 좋지만 선수로서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일단 경기력이 발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 밖의 것들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겠다"고 우승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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