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보이콧' 운동도 여러 기업으로 확산
(서울·뉴델리=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김영현 특파원 = 브루나이 정부의 '동성애자 투석(投石) 사형법' 도입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브루나이 왕가가 소유한 호텔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차단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BBC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브루나이 왕가 소유 호텔 9곳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이 지워지거나 비활성화됐으며, 게시글을 볼 수 없도록 비공개 처리됐다.
페이스북의 경우, 이들 호텔 계정에 접속을 시도하면 오류 메시지가 나타난다.
9개 호텔은 브루나이 투자청 소유의 '도체스터 컬렉션' 럭셔리 체인이 운영하는 유럽과 미국의 고급 호텔이다. 영국에 3곳, 미국에 2곳, 프랑스에 2곳, 이탈리아에 2곳이 있다.
도체스터 컬렉션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직원을 겨냥한 인신공격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호텔 SNS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도체스터 컬렉션은 포용적인 회사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동성애 투석 사형 논란'과 거리를 두려고 힘을 쏟았다.
앞서 브루나이 정부는 지난 3일부터 동성애자와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목숨을 잃을 때까지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 사형제를 집행하고, 절도범의 경우 손목이나 발목을 절단하는 형벌에 처하는 내용의 새 형법을 시행했다.
이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자국민에게 죽을 때까지 채찍질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지 말자"며 브루나이 왕가 소유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엘런 드제너러스, 테니스 스타 출신 빌리 진 킹 등 저명인사들도 자신의 트위터에 '보이콧 호텔 목록'을 올리며 각계의 동참을 호소하자 이들 호텔의 SNS 계정에 비난 세례가 쏟아졌다.
'브루나이 보이콧'에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호주의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에어라인은 자사 직원에게 제공하던 브루나이 국영항공사 로열 브루나이 에어라인 항공권 할인 혜택을 중단하기로 했다.
스위스 여행사 STA도 로열 브루나이 에어라인의 항공권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STA는 "브루나이 정부에 새 형법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성 소수자를 응원하기 위해 이 같은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런던교통공사(TfL)는 런던시 대중교통망에서 브루나이 관광지를 홍보하는 광고를 제거했다.
독일의 거대은행 도이체방크도 직원들이 도체스터 컬렉션 관련 호텔을 이용할 수 없게 했다.
미국 여행 후기 웹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는 "최근 브루나이 호텔 후기에 경험담이 아닌 리뷰들이 작성되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브루나이 호텔의 후기 게시판을 폐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이콧이 브루나이의 국왕이 아니라 "호텔 직원들만 힘들게 뿐"이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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