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초속 34.1m 강한 바람 타고 90여 분 만에 7.7㎞까지 번져
(고성=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산에서 날아온 불이 지붕에 옮겨붙는데 손 쓸 시간도 없고…불씨가 순식간에 다시 옆집으로 날아 가버렸지."
시뻘건 산불이 강원 동해안을 집어삼킨 지난 4일 화마(火魔)에 집을 잃어버린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민 함모(79)씨는 혀를 내둘렀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시작한 불은 초속 30m 이상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속초 시내를 거쳐 바닷가까지 번졌다.
바람에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이었다.
비화는 사방으로 불을 옮기는 까닭에 산불 진화에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수십∼수백m 건너까지 불씨를 옮겨붙이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큰 불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마와의 소규모 국지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산불도 동해안에 내려진 강풍 특보 속에 산불 현장에는 순간 풍속이 초속 35.6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불길은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지점에서 7.7㎞가량 떨어진 해안가까지 90여분 만에 날아갔다.
인흥리 주민 최모(73)씨는 7일 "대피 문자를 확인하고 밖에 나와보니 어느새 불이 건너편 비닐하우스를 태우고 있었다"며 "제대로 짐을 꾸릴 새도 없이 대피소로 달려갔다"고 당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거센 바람을 타고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불길에 동해안 산림 530여㏊와 주택·창고 등 건물 600여채가 잿더미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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