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걱정…"컨테이너라도 있으면"
(고성=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그래도 농사라도 지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네요."
복구작업이 시작된 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화마에 집을 잃은 윤명숙(77·여)씨는 그래도 농사 걱정이 앞선다.
보금자리를 잃어 극심한 고통이 짓누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했든 거동이 불편한 남편과 삶을 다시 일구어야 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당장 올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며 "급한 대로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컨테이너라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씨뿐 아니라 못자리를 위해 볍씨를 발아하는 시기에 화마를 만난 이 마을 주민 대다수가 같은 처지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집을 잃은 뒤 또다시 이번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강모(60·여)씨도 한해 농사가 걱정이다.
산불만 나지 않았더라면 이웃과 나눠 3가구의 못자리를 내기로 했지만, 화마가 모두 빼앗아 갔다.
강씨는 "집을 잃었지만, 농사일해야 살 수 있지 않겠냐"며 "하루빨리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사뿐 아니라 일터를 잃은 주민도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장일기(52)씨는 공장 내 '망나니 불씨'에 모든 것을 잃었다.
경기 침체에 보다 싼 임대료를 찾아 협력업체와 함께 옮겼던 임대 공장 건물(약 260㎡)이 가동도 하기 전에 모두 불에 타 사라졌다.
내부에 있던 수중 공기주입기 안전장치와 방수설비 장비 등 5억이 넘는 장비는 잿더미가 됐다.
산불 당시 어떻게 해서든 조처를 해보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옮겨붙는 불씨에 손 쓸 틈이 없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까지 마무리하고 공장 가동을 하려고 했던 터다.
장씨는 수상에서 사고가 나면 인명을 구조하는 속초시 수중구조대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 앞에 힘이 빠진다.
공장 가동을 앞두고 마무리 벽체를 위해 패널설치 공사 이후 보험에 가입할 예정이었기에 피해는 더 크다.
장씨는 "그나마 최근 일이 좀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며 "계약한 물품 조달을 위해 공구라도 살 돈은 우선 지원해 주면 좋겠는데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도 많아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일터를 빼앗긴 주민에게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빈 공터에 공구를 둘 컨테이너라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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