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특검수사 보고서 '편집본' 공개 앞두고 전운 고조

입력 2019-04-08 02:10   수정 2019-04-08 06:30

美정치권, 특검수사 보고서 '편집본' 공개 앞두고 전운 고조
공개수위 관건…법무장관 출석 9∼10일 상·하원 청문회 난타전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결과 보고서에 대한 '편집본' 공개를 앞두고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보고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펴는 가운데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4쪽짜리 요약본이 실제 수사결과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특검팀 내부 인사들의 '증언'들로 인해 수사결과 축소·왜곡 논란이 확산하면서 특검 보고서를 둘러싼 정치권 내 '전투'가 2라운드를 맞는 양상이다.
공개수위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민주당의 지루한 싸움이 예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특검 수사결과 보고서를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정치적 전투'가 보고서에 대한 '법적인 편집·삭제 절차'로 그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편집 과정에 노여워하고 그 결과를 불신하는 민주당이 지난 22개월간에 걸친 특검 수사의 모든 증거와 결론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의 양대 축인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공모 의혹과 사법 방해 의혹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를 준 요약본 제출 이후 전체 보고서 공개 여론이 확산하자 특검보고서의 일부 민감한 내용을 지운 일반인 공개본을 이달 중순까지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바 법무장관이 의회에 통보한 편집 대상 4개 분야는 ▲대배심 심리 관련 문건 및 증언 내용 ▲정부의 정보 수집 방법 및 출처를 노출할 소지가 있는 정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방해될 소지가 있는 정보 ▲지엽적 인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세부사항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기밀'에 부칠지에 대해서는 바 장관이 전면적 재량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중순 일반인 공개본 발표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하더라도 수개월간 의회와 법무부 간 격돌을 거쳐 결국 법정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WP는 내다봤다.
당장 바 장관은 오는 9∼10일 연달아 예정된 하원과 상원의 청문회에 출석, 특검보고서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호된 추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청문회는 명목상으로는 법무부 예산과 관련된 것이지만 요약본의 편파성 시비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특검보고서 편집 작업에 대한 파상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바 장관의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한다는 빌미가 될 수 있는 게 없는지 '현미경 검증'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反) 트럼프 진영에서는 바 장관이 지난달 24일 공개된 요약본을 통해 실제 특검 수사결과를 '물타기' 했다는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요약본에는 빠졌다는 특검팀의 증언을 소개한 언론 보도들이 최근 나오면서 요약본에 대한 수사결과 축소·왜곡 논란에 기름을 부은 양상이다.
앞서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 법사위원회(위원장 제럴드 내들러)는 지난 4일 특검의 수사결과 보고서 전문 및 증거 일체에 대한 의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소환장 발부 승인안을 가결한 바 있다.
다만 바 장관이 판사에게 대배심 심리 관련 내용 공개를 촉구해달라는 내들러 위원장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온 가운데 지난 5일 워싱턴 항소법원은 대배심 심리 관련 정보는 비공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특검 수사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건에 대한 것이었지만, 법무부에서는 이를 이번 특검 수사 관련 대배심 심리 내용 비공개의 논리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반기는 분위기이다.
공개 제외 대상 선정에 있어 바 장관에게 큰 권한이 부여된 건 사실이지만, 바 장관으로서는 이번 수사결과를 놓고 '정치적 장난'을 치지 않는다고 보여줘야 할 압박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은 특검 수사보고서를 제출받아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국가 기밀 등을 이유로 공개를 제한하는 행정특권을 발동할 수 있게 돼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단 바 장관은 의회에 "대통령에게 관련 권한이 있지만, 그는 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으며, 따라서 행정특권 발동 여부 검토를 위해 백악관에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6일 트위터에서 "나는 권리가 있지만, 아직 뮬러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며 "오직 결론만 안다. 공모는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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