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도 평화유지군 철수…트리폴리 무력충돌 격화로 '내전 우려'
폼페이오 "군벌, 군사 공격 즉각 중단하고 협상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리비아에서 통합정부군과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한 동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내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리비아 주둔 병력 일부를 일시적으로 철수시켰다고 AP통신이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토머스 발트하우저 사령관은 "리비아의 안보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병력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 세력 소탕 작전에 나선 리비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현지에 있는 자국 외교관들을 보호하고자 소수의 병력을 현지에 주둔시켜왔다.
미국이 현지에서 일시 철수시킨 병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이후 리비아에 얼마의 병력이 잔류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외에 인도도 "리비아 상황이 갑자기 악화됐다"면서 6일 평화유지군 일원으로 활동해온 자국 병력을 리비아에서 철수시켰다.
앞서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지난 4일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한 뒤 이날 트리폴리 외곽에서 처음으로 공습을 진행했고, 정부군도 LNA 토벌에 나서는 등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충돌로 4∼6일 사흘간 양측에서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정부 측은 또 트리폴리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1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고 7일 밝혔다. 사망자가 민간인인지, 군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칼리파 하프타르가 지휘하는 LNA는 군사 행위를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정부군과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트리폴리 근방 40∼50㎞까지 접근했으며, 트리폴리 남쪽에 있는 국제공항을 장악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군과 LNA의 교전이 격화하며 리비아가 다시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반정부군에 의해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의 지원으로 2015년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통합정부가 출범했으나, LNA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통합정부가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LNA가 동부를 각각 점령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된 상태다.
미국은 내전 양상으로 치닫는 최근의 리비아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LNA의 즉각적인 군사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하프타르 군벌의 군사적 공격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리폴리 진격을 위한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리비아 사태의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며 "트리폴리를 장악하기 위한 일방적 군사 작전은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리비아 국민의 미래를 수렁 속에 몰아넣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해법은 리비아를 통일하고 모든 리비아인에게 안정과 번영을 제공할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미국은 리비아 지도자들이 유엔 중재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국제사회 동맹국들과 함께 지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FP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LNA의 트리폴리 진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하려고 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저지했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어느 일방이 아닌, 모든 당사자가 교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함께 LNA를 지원하는 핵심 국가로 꼽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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