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뚫고 송아지 쌍둥이 무사히 출산…피해농가 "큰 위안"

입력 2019-04-08 17:40  

불길 뚫고 송아지 쌍둥이 무사히 출산…피해농가 "큰 위안"
고성 한우농가 불행 속 작은 경사…축사 불 꺼보니 암수 송아지 2마리
"산불에 놀라 예정일보다 열흘 빨리 출산…1년치 사료 불타 막막"



(고성=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눈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시커먼 연기가 축사에 가득했어요. 연기가 걷히고 보니 그 난리 통에 어미 소가 쌍둥이를 낳았더라고요."
8일 강원도 축산업계에 따르면 산불 발생 첫날 밤인 5일 새벽 어미 소가 축사 주위를 둘러싼 불길 속에서도 건강한 쌍둥이 송아지를 낳은 사실이 알려졌다. 소를 키우는 농민과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불행 속에서도 찾아온 큰 위안이라며 한마음으로 반겼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에서 한우 120여 마리를 키우는 탁동권(60) 씨는 산불로 집이 모두 무너져 내렸지만, 다행히 축사와 기르던 소들은 모두 지켜냈다.
탁 씨는 "첫날 방송을 듣고 대피했다가 새벽 2시께 돌아와 보니 집은 이미 무너져있고, 축사 주변으로 불이 옮겨붙고 있었다"며 "아들과 함께 연신 물을 뿌려가며 축사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탁 씨는 "축사 안 소들을 둘러보던 아들이 갓 태어난 쌍둥이 송아지 2마리를 발견했다"며 "어미 소가 산불에 놀라 출산예정일보다 열흘 일찍 송아지를 낳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쌍둥이는 암컷과 수컷 한 마리씩이다. 몸무게는 30㎏ 내외로, 비교적 마른 편이다.
탁 씨는 "피해 복구에 정신이 팔려 아직 축협에 쌍둥이 출생신고도 못 했다"며 "피해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조간만 출생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송아지들의 이름을 묻자 탁 씨는 "소 키울 때 이름을 지어주면 정이 들어버려 나중에 힘들어진다"며 "쌍둥이도 이름을 붙이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탁 씨는 "이 일을 한 지 40년째인데, 쌍둥이 송아지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건강하게 태어나준 것만으로 감사하고, 조금은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탁씨가 기르고 있는 소들은 산불에는 직접 피해는 없었지만, 여물을 잘 먹지 못하는 등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탁 씨는 "산불 당시 소들이 불안에 떨면서 울고 있었고, 사방에서 날리는 재 때문에 코 주변이 까매지고 눈물도 많이 흘리고 있었다"며 "지금은 꽤 안정됐지만, 충격 때문인지 여물을 평소의 절반가량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로 탁 씨네 농가에는 올해를 위해 비축해 놓은 1년치 사료가 모두 불에 탔다. 액수로는 5천만원 상당이다.
탁 씨는 "사실 대책이 없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면서도 "정부에서 소액이나마 지원을 해준다는데, 일단 조금씩이라도 피해 복구작업을 하며 살길을 찾아봐야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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