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정치성향…월가 전문가 과반 "상원, 무어·케인 인준 거부해야"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로 내세운 후보자 2명을 둘러싸고 자질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성향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59)를 연준 이사에 지명했고, 이어 기업인 출신 허먼 케인(74)을 추천한 상태다. 케인에 대해선 신원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연준 이사진 7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이다.
백악관 측은 2명 모두 연준 이사로서 자질을 갖췄다는 입장이지만, 정치 성향이 뚜렷한 인사들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수기'로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우호적인 월스트리트 기류도 싸늘하다고 CN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가 지난 5~7일 사흘간 월스트리트 전문가 4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9명(60%)은 "상원은 무어 지명자를 인준해서는 안 된다"라고 답변했다.
케인에 대해서도 "상원이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웃돌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캐시 보스탠치크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선"이라며 "무어와 케인이 연준 이사로서 상원 인준을 받는다면,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부각되는 통화정책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CNBC 방송은 "펀드매니저, 투자전략가, 이코노미스트를 아우르는 설문응답 그룹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절반을 웃돈다"면서 "그런 만큼 무어와 케인에 대해 이들의 비판적인 의견은 주목할만하다"고 해석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어와 케인을 연준 이사로 내세운 것은 '연준 정치화'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 마이클 게펜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기여도에 더 가치를 두는 인선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연준 이사들과 달리, 무어와 케인이 상원의 인준 절차를 통과할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어와 케인은 애초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입장이 달라졌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무어와 케인은 과거 통화가치와 금 일정량의 가치를 같도록 유지하는 금본위제를 복원하자는 독특한 신념을 내세우기도 했다.
금본위제는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1차 세계대전 전까지 광범위하게 운용됐으나 영국에서 1931년, 미국에서 1971년 중단된 바 있다.
금본위제를 운용하면 금 보유량이 줄어드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물가하락과 경기침체를 촉발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배치된다. 다만 무어와 케인은 기존의 주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무어와 케인은 그 자리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라며 "상원의원들이 할 일을 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