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조직 지정' 이란 혁명수비대…이란 체제의 중추

입력 2019-04-09 02:31  

美 '테러조직 지정' 이란 혁명수비대…이란 체제의 중추
이란 수호 임무 자임…이란 정권 불법 규정 의미
美, 중동 내 행동반경 제한될 수도…이스라엘과 군사 충돌 우려 고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외국의 정규군 가운데 처음으로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세파에 파스다라네 엥겔랍 에슬라미)는 이란 신정일치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이다.
이란 헌법상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규군의 산하 조직이지만 혁명수비대가 사실상 이란군 전력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비단 국방뿐 아니라 경제, 정치 분야까지 이란에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란 정계에는 혁명수비대 장교 출신이 즐비하고, 이는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유리한 이력이다.
이란의 군 통수권자는 행정부 수반(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로, 혁명수비대는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혁명수비대가 이란 경제활동의 70% 정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그 힘은 막강하다. 이란 관급 공사의 70%, 민간 공사의 30% 이상을 수주한다는 이란 최대 건설사 하탐 알안비아가 대표적이다.
이란에서는 혁명수비대를 흔히 '세파'(군대)라는 약칭으로 부르며 일반 정규군(아르테시)과 구분한다. 이란 국민 사이에서 '군대'는 바로 혁명수비대를 지칭하는 셈이다.


이란은 1979년 2월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팔레비 왕정이 축출되고 이슬람공화정이 수립됐는데 혁명수비대는 이 과정에서 태동했다.
이란의 국부이자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군부를 규합, 그해 4월 혁명수비대 창설을 지시하고 이슬람 공화정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혁명정부는 혁명 이전 왕정과 관계를 단절한 충성스러운 군조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혁명수비대는 혁명으로 수립된 이슬람 공화정 체제를 외국의 침범으로부터 방어하고 군부의 내부 준동을 막는 임무를 최우선으로 자임한다.
혁명수비대는 창설된 지 1년 만에 발발한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에서 이란이 열세한 전력을 극복하고 이라크와 맞서는 데 크게 역할 했다. 이런 혁혁한 전공으로 전쟁 과정과 이후 혁명수비대의 위상이 더 견고해지고 확장됐다.
규모는 약 12만5천명으로 알려졌으며 정규군과 별도로 육·해·공군 조직을 보유하며 해병대와 같은 특수작전 부대, 대공 방어, 미사일 운용, 대테러 작전 등을 담당한다.
혁명수비대가 통제하는 바시즈 민병대는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준군사조직으로 이란 사회의 치안과 종교 규율 준수 감시, 전시 동원, 정보 수집 등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대중 조직이다.
특히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은 해외 작전을 수행하는 데 쿠드스군의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실세'로 불린다.
쿠드스군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지휘, 시리아 내전 파병, 레바논 헤즈볼라 지원 등 중동 내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가운데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이라고 여긴다.


이란 체제의 중추인 혁명수비대 전체를 미국이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이란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자 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군 조직을 처음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데 그치지 않고 이슬람혁명 정신을 국기로 수립된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 자체를 부정한다는 정치적 의미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고 고립하기 위해 이런 강도 높은 조처를 했지만 중동 내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물론 이란과도 우호적인 중동 핵심국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미국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 있어서다.
이라크와 레바논의 정치인, 기업인, 회사 등이 혁명수비대와 연관된 경우가 많아 이들과 미국 또는 미국의 우방에 속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이들과 접촉하면 원칙적으로는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 되는 탓이다.
또 이스라엘과 인접한 시리아에서 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의 보복성 군사 행동 수위가 높아질 우려도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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