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해임 이유 안 밝혀…"트럼프, 앨리스 국장을 '덤보'라고 불러"
앨리스 "해고당했다는 보도는 사실아냐…몇주 전 지도부 교체 통보받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호 책임자인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SS) 국장을 해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앨리스 비밀경호국장이 곧 떠날 예정"이라며 "그는 지난 2년간 국장으로서 훌륭한 업무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40년 공직 봉사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국장에 비밀경호국 출신인 제임스 머리를 임명했으며, 임기는 5월부터 시작한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덧붙였다.
앨리스 국장 해임에 대해 미 언론이 엇갈린 분석을 내놓는 가운데 백악관은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 발표에 앞서 그의 해임설을 처음 보도한 CNN방송은 당국자를 인용해 "국토안보부 숙청의 일환"이라며 앨리스 국장이 후임자가 결정되면 교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2주 전에 받았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최소 10일 전 앨리스 국장에게 교체가 예상되니 퇴진 계획을 짜라는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경 이민정책 시행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전날 경질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비밀경호국은 국토안보부 소속이며, 닐슨 장관과 앨리스 국장은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끝에 사임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천거로 발탁된 인사들이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초 한 대학 강연에서 "모든 불법 이민자가 범죄자는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은 '돈 낭비'라고 독설을 쏟아부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일한 것은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지만 가장 즐겁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했다.
앨리스 국장 본인도 이날 SS 소속 요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틀림없이 여러분은 내가 해고당했다는 언론 보도를 봤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사실은 몇주 전에 국토안보부 전체에 걸쳐 지도부 교체가 일어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이어 앨리스 국장은 "대통령이 우리 기관을 위한 질서정연한 지도부 교체를 지시했고 난 그 지시를 지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P통신은 다르게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한 AP는 외부에서 수혈된 앨리스 국장과 내부 인사들 간 갈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전했다. 해군 장성 출신인 앨리스 국장은 1865년 설립된 비밀경호국에서 최근 100년래 첫 외부 출신 국장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외부인인 앨리스 국장이 조직 내에서 인기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고 자신의 경호요원들에게 '앨리스 국장이 싫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귀가 큰 앨리스 국장의 외모를 언급하며 그를 '덤보'(디즈니 영화에 등장하는 아기 코끼리 이름)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찾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지난달 30일 한 중국인 여성이 악성코드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소지한 채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체포된 사실에 주목하는 매체도 많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경호망이 뚫린 것이라며 보안 문제를 걱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우연히 일어난 일'(fluke)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특히 사건 직후 비밀경호국은 마러라고 직원들이 투숙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는데 이 성명이 앨리스 장관의 '퇴출'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NYT는 앨리슨 국장이 마러라고 사건 이전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잃었으며, 퇴진을 준비하라는 통보도 그 전에 받았다고 반박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여성이 투숙한 방에서 휴대전화 4대, SIM 카드 5장, 몰래카메라, 외장 하드디스크, 현금 8천 달러 등을 압수했으며, 중국 정보기관과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