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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미 흘러가 버린 어제를 다시 살게 된다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다시, 봄'은 이런 상상에서 시작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내일 대신 어제가 돼 있는 시간여행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말한다.
소중한 딸을 사고로 잃고 절망에 빠져 살던 은조(이청아 분)는 슬픔을 견디다 못해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는 집에서 깨어나고, 시간이 전날로 되돌아간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기억은 병원 옆 침대에 누워있던 한 남자와 그의 마지막 말인 "내가 당신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줘요."
자고 일어나면 그 전날이 돼 있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은조는 딸이 사고를 당하던 날로 돌아가 딸을 구해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딸을 구했는데도 시간은 계속 거꾸로 흐르고, 은조는 딸이 아예 사라져버릴까 초조해진다. 시간여행의 열쇠를 병원 옆 침대의 남자 호민(홍종현)이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은조는 호민의 인생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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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조의 시간이 하루씩 어제로 간다는 것은 이미 흘려버린 세월을 되새기고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장치다. 절망에 빠져있던 은조는 시간여행을 함으로써 딸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얻는다.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묻어놨던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을 치료하고 타인과 화해한다. 호민과의 악연도 인연으로 바꾼다.
영화 제목의 '봄'이란 바로 삶을 뜻한다.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모든 것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봄이 곧 은조가 시간여행을 통해 새롭게 살게 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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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표현하는 영화 속 화면은 매우 아름답다. 서울의 고층빌딩과 한강 위로 지는 노을, 흩날리는 벚꽃이 삶의 소중함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정용주 감독은 최근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을 쓰지 않고 관객이 은조의 어제를 따라가도록 했다"며 "시간여행 부분은 색이 바래도록 했다. 계속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간여행이라는 흔한 소재 탓에 다른 영화들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과거로 가는 능력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위해 쓴다는 점에서는 '어바웃 타임', 시간을 각각 반대로 사는 남녀 주인공은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겹친다.
특히 시간이 거꾸로 가면서 점점 어려진다는 설정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흡사하다. 영화에서도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 은조처럼 시간을 거꾸로 사는 준호(박지빈)는 자신을 "벤자민"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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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가 판타지를 외피를 두른 탓인지 대사가 붕 떠 있는 느낌을 준다. 은조와 호민이 나누는 대화는 실생활 속 사람들의 평범한 그것이라기보다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문어체에 가깝다.
영화에 삽입된 곡은 감성을 자극한다. 주요 장면에 흐르는 고갱의 '미드나잇 블루'가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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