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채 금리와 비슷하거나 낮아…카슈끄지 여파 투자위축세 반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회계장부가 공개되자마자 세계 최고의 '알짜 기업'에 등극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채권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8일(현지시간) 아람코의 첫 채권 발행에서 750억달러(약 85조9천억원) 주문이 쇄도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이 금액이 600억달러 정도라고 전했다.
이는 아람코가 목표로 삼은 발행 규모인 100억달러는 물론이고,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이 이날 예상한 300억달러도 훌쩍 넘는 규모다.
첫 채권 판매가 대공을 거두면서 아람코는 물론이고 사우디로서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한때 형성됐던 투자 위축 분위기가 크게 뒤집혔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카슈끄지 사건 직후 사우디에서 열린 '사막의 다보스' 행사에 불참했지만, 지난주 아람코 회사채 마케팅을 위한 뉴욕 오찬 행사에는 참석해 월가에 아람코 거래가 어떤 의미인지 재확인했다.
지난 1월에도 사우디는 국제 채권시장에서 75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판매했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가이던스에 따르면 3∼30년 만기 6종으로 발행된 아람코 회사채의 금리는 사우디 국채 금리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10년 만기채에는 미국 국채보다 1.25%포인트 높은 금리가 제시됐다. 사우디 국채가 미국 국채와의 1.27%포인트 금리 차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국채보다 오히려 낮은 금리인 셈이다.
5년물은 사우디 국채보다 0.27%포인트 높지만, 주문이 몰리는 채권의 금리는 가이던스보다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실제 금리는 그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람코 회사채의 최종 발행 가격과 규모는 9일 판매 종료 이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영기업 금리가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는 것은 드문 일로, 블룸버그는 양질의 증권에 대한 강한 투자 수요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채권 발행을 앞두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 분석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2천240억 달러(256조원)로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이익을 냈다.
피치와 무디스 모두 아람코 회사채에 상위 5번째인 'A+', 'A1'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아람코는 지난해로 예상됐던 기업공개(IPO)를 2021년 이후로 미루고 먼저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채 발행과 상장을 통해 조달한 대규모 자금은 사실상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경제 계획에 쓰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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