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찾아 "잘못하는 부분들 과감히 비판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부터 첫 출근에 이르기까지 '낮은 자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장관은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장관 임명 후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로부터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해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답변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평화가 곧 경제라고 하셨는데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북미대화의 중재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라고 묻자 김 장관은 "정부 기본 방향에 대해 원칙적인 얘기라서 현안은 충분히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남북관계에서 우선순위'와 북한 매체의 통일부 남북관계 계획 비판 등과 관련한 질문도 쏟아졌지만 김 장관은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들어가서 살펴보겠다" 등 답변으로 피해갔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 김 장관은 이날부터 2∼3일간 국회를 찾아 국회의장단 뿐 아니라 여야 지도부도 직접 만날 계획이다.
특히 김 장관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도부와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 (면담일정을) 협의중에 있다"며 "국회뿐 아니라 언론하고 소통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전날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찾은 자리에서도 "잘못하는 부분들은 과감히 비판해주시고 잘하는 게 있으면 격려도 해주시고,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 있으면 대안을 제시해주시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과거 연구자 시절 SNS 게시글과 언론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하고 때로는 유력 정치인에 대해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태도인 셈이다.
장관 후보자로서 검증 과정에서 과거 일부 부적절한 발언과 이념 편향성 논란에 대해 야당 등을 중심으로 십자포화를 맞았던데다, 그 파장이 아직 남아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김 장관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독재' 등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김 장관은 8일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면담할 때는 "국민이 일상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평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취임사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이라며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폭넓은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름 아닌 국민의 의견이다. 다양한 조언과 충고를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남북관계도 삐걱거리며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장관은 당분간 '낮은 자세'를 이어가며 소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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