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에 의사 2명 포함, 수십명 부상…유엔 "3천400명 피란"
국제유가 동요…난민사태·이슬람 무장세력 확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제공항이 전투기 공격을 받아 운항을 중단하는 등 리비아 사태가 악화하면서 국제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동요할 움직임을 보이고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리비아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엔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리비아 내 갈등 당사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의 군벌 실세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 측은 8일(현지시간) 전투기 1대를 동원, 트리폴리 동쪽의 미티가 국제공항을 공격했다고 가디언과 AFP 등 언론이 보도했다.
[로이터 제공]
이 공항은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공항으로, 리비아 당국은 공습 발생 뒤 공항의 운영을 중단했다.
LNA 측은 이번 공격이 미그-23 전투기와 헬기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LNA 측과 수도 주변 경쟁 군벌 간 교전은 트리폴리 중심부로부터 약 25㎞ 떨어진 트리폴리 국제공항에서도 이뤄졌다. 이 공항은 2014년 교전으로 시설 상당 부분이 파괴돼 현재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프타르 사령관의 수도 진격 명령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악화하면서 현재 3천400명이 피란을 떠난 상황이라고 유엔은 전했다. 트리폴리 내 난민시설의 상황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수일간 악화한 전투로 사망자도 양측에서 최소 51명이 발생했다. 민간인들을 후송하던 의사 2명도 숨졌으며, 수십명이 부상했다.
국제사회는 리비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성명을 통해 트리폴리 주변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강력히 규탄하고 교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하프타르 사령관을 규탄하는 영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채택은 러시아 반대로 무산됐다. 러시아는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 채택이 불발된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사태의 원인으로 하프타르 사령관을 지목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하프타르 세력의 군사적 공격에 반대하며, 리비아 수도에 대한 군사 작전의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EU 외교장관들도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리비아 내 군사적 해법은 있을 수 없고, 유엔 주도의 평화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 리비아 지도자들, 특히 하프타르 사령관에게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 지지를 받는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와 통화를 했다. 프랑스 정부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리비아 통합정부 측은 마크롱 대통령이 하프타르 사령관 측의 수도 공격에 분명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하프타르 사령관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프랑스 내 일부로부터 외교적 지지를 받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리비아 내 사태 악화로 국제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1% 오른 64.4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1일 이후 5개월여만의 최고치다.
리비아에서 재개된 내전은 더 많은 사람을 유럽행 난민으로 내몰 수 있고, 이슬람 무장세력이 세력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리비아는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세력의 난립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리비아 통합정부가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를 통치하고 있고, 하프타르 사령관이 동쪽을 차지해 국가가 사실상 양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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