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검찰 출석 앞두고 극단적 선택…'보호자 통지 제도화 필요' 의견표명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아동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그 부모 등 보호자에게 적절히 연락을 취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방어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런 판단에 따라 미성년자 출석 요구나 조사가 있을 때 경찰관이 보호자에게 특별히 주의해서 연락하도록 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경찰청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또한, 미성년자인 피의자 본인을 포함해 보호자 등에게도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통지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지난해 1월 친구와 함께 담배를 훔쳤다가 경찰 조사를 받던 고교 3학년생 A(당시 17)군이 검찰 조사를 앞둔 그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아들이 미성년자인데도 경찰이 보호자에게 연락하거나 동석을 요청하지 않아 아들 혼자 조사를 받게 됐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생 아버지는 진정 요지에서 "경찰은 아들의 절도 사건을 그해 3월 16일 검찰에 송치했는데 아버지로서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이는 부당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A군을 조사한 경찰은 경찰서에 혼자 나온 A군에게 조사 전 부모 연락이 필요하다고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군이 (화면에) '엄마'라고 표시된 휴대전화를 건네주기에 통화 상대방에게 A군의 어머니인지 확인했고, 그 어머니가 경찰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해서 A군 혼자 경찰 조사를 받는 데 동의를 얻었다"며 "A군이 사망한 이후에야 당시 통화 상대방이 A군의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에서 피진정인들을 징계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함에 따라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하지만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자신의 비행이 알려져 부모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아동들은 보호자 연락을 꺼려 친구를 부모로 속이는 등 보호자 연락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미성년자를 조사하는 경찰은 실제 부모가 맞는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헌법은 형사 절차에서의 진술거부권과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도 모든 아동에게 피의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고 아동이 법률적 지원을 받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조사는 아동에게 특별한 공포를 야기할 수 있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부모 등 보호자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경찰은 부모 외에도 학교 교사처럼 방어권 행사를 조력해 줄 사람을 찾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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