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하려다 당한 참변인데"…재해사망자 판단 엇갈려 논란

입력 2019-04-09 14:29  

"산불 피하려다 당한 참변인데"…재해사망자 판단 엇갈려 논란
유족 "강풍 피해는 천재지변이지 재해가 아니라는 말에 분통"


(고성=연합뉴스) 이종건 이재현 기자 = "산불 피하려다 당한 참변인데 한 분은 피해 입증을 위해 부검까지 거쳐야 했고, 또 다른 분은 아예 재해 피해자 집계에서 제외되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화마가 고성·속초 등 동해안을 집어삼킨 지난 4일 밤.
강한 바람을 타고 바닷가 쪽으로 산불이 급속확산되자 인근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강풍을 타고 확산하는 산불의 기세는 거셌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오후 6시 10분 기준 최대 순간풍속은 미시령 35.6㎧, 양양공항 29.5㎧, 강릉 연곡 25.2㎧, 속초 설악동 23.4㎧, 고성 현내 22.6㎧ 등이었다.
속초에 사는 김모(59)씨는 불길이 확산 중이던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에 사는 누나(66)의 집으로 달려갔다.
오후 8시께 연기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누나를 데리고 나오다 연기를 들이마신 김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끝내 숨졌다.
숨진 김씨에 의해 구조된 누나는 동생의 소식을 듣고 하염없는 눈물만 흘렸다.
김씨의 누나는 경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 사는 나를 데리러 동생이 왔고, 함께 집을 나서는데 연기를 마시고 갑자기 쓰러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산불이 난 고성군 토성면에서 20㎞가량 떨어진 죽왕면 삼포리에 사는 박모(71·여)씨도 산불대피 재난 문자메시지와 대피를 준비하라는 마을 이장의 안내방송을 들었다.
박씨는 속초에 사는 자녀들로부터 "강풍이 부니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94세 친정 노모를 모시고 사는 박씨는 대피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오후 9시 45분께 대피 여부를 상의하기 위해 이장을 만나러 마을회관으로 가던 중 강풍에 날아온 함석지붕과 서까래에 깔려 숨졌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은 "강풍에 날아든 함석지붕 등이 어머니를 덮치면서 전봇대에 부착된 마을 안길 삼거리 반사경과 이정표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원산불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김씨와 박씨 등 2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인명 피해 집계과정에서 박씨는 산불로 인한 직접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망자에서 제외됐다.
이에 박씨의 유족들은 "강풍이 불어 산불이 확산했고, 재난 문자메시지와 대피 방송을 듣고 집을 나섰다가 강풍으로 참변을 당했는데 산불 재해사망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강풍 사고는 천재지변이라 재해로 집계하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도 원통하다"며 "이번 참변으로 어머니만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산불 사망자로 집계된 김씨의 유족도 김씨의 사인 규명을 위해 지난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거친 뒤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김씨의 국과수 부검 결과도 빠르면 일주일 뒤, 늦으면 2주가량 지나야 알 수 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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