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에서 매년 6억 마리의 새들이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CNN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코넬 조류학연구소는 지난주 학술지인 '생태학·환경 프런티어(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층빌딩으로 인한 새들의 피해를 상세히 서술했다.
고층빌딩에 설치된 인공조명 탓에 새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주로 유리로 된 외벽에 충돌해 부상하거나 죽는 사례가 이처럼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봄과 가을에 캐나다와 중남미 사이를 이동하는 철새들이 경유하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연구소는 매년 5억 마리를 웃도는 철새들이 중간 경유 지역에서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고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중부에 자리 잡은 시카고가 철새들에게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혔고, 다음으로 휴스턴, 댈러스 순이었다. 수천 ㎞를 날아온 새들이 이들 도시에서 불과 수초만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피해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지난 2014년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는 최다 10억 마리의 새들이 미국에서 죽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풀어놓은 고양이 다음으로 고층 빌딩이 새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생 조류와 도심 서식처 보호를 활동 목적으로 삼는 뉴욕 오듀본 협회에 따르면 많은 철새들이 밤에 이동하고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또다른 요인이다. 고층 건물의 야간 조명 때문에 새들이 서로 혹은 고층 건물에 충돌하기 쉽다는 것이다.
새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여러 시간 동안 건물 주변을 맴돌다 지쳐서 비우호적인 장소에 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유리창 뒤에 놓인 식물, 정원 옆에 설치된 반사 유리도 새들에게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층 빌딩의 소유주들이 봄·가을에는 철새들을 보호하고 에너지 비용도 아낀다는 취지에서 야간에는 소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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