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방침 발표에 타격…총선 앞두고 안보·민족주의 부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장기집권 지도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9일(현지시간)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은 사실상 네타냐후 총리의 재신임을 묻는 선거로 볼 수 있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서 총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에 불과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5선 고지에 오르지만 집권당 리쿠드당이 중도정당연합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과 접전을 벌이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되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13년 동안 총리로 일한 보수 강경파 지도자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비비'(Bib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네타냐후의 정치 경력은 화려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네타냐후 총리는 1982년 주미 부대사에 임명됐고 1984∼1988년 유엔(UN)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이후 1988년 초선 의원에 오른 뒤 1993년 보수 리쿠드당 당수에 올랐고 1996년 총리에 처음 당선됐다.
1999년 총선에서 패배 후 잠시 정계를 떠났지만 2005년 정치에 복귀한 뒤 2009년 다시 총리에 오르는 뚝심을 보여줬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과거보다 험로를 만난 데는 부패 논란이 크다.
아랍권 매체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핵심 이슈로 안보에 이어 부패 문제를 꼽았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 총선에 관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부패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네타냐후의 비리 혐의가 재집권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말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부패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호주 사업가 제임스 패커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26만4천 달러 상당(3억원)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있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유대 민족주의와 안보로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쏟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10일 이스라엘 여배우 로템 셀라와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유대민족만을 위한 국가"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달 6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투표 시작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는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을 찾았다.
여기에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분쟁지역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골란고원은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지역이지만 국제사회는 시리아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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