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지진피해 지원 약속…"TK 총선, 전략적 관점에서 임할 것" 각오도
대구·경북서 예산정책간담회…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도 참석
(서울·대구·포항=연합뉴스) 차지연 김여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약세 지역인 TK(대구·경북)을 찾아 민심 구애에 나섰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이번 TK 방문은 경남에서 치러진 지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 첫 지방 현장 행보다.
보궐선거를 통해 일부 민심의 이반을 확인하고 자세를 낮춘 민주당이 취약지역인 영남 다독이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전날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포항을 찾아, 민주당 지도부의 방문은 TK 공략 '맞불' 성격도 띠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벌써 여야의 영남 민심 쟁탈전이 치열한 분위기다.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날 경북 포항을 찾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진피해 복구 등을 위한 예산·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지진피해자 대피소를 찾은 이 대표는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가슴이 미어진다"며 "여러분의 주거·복지·건강 문제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한다. (지진 문제가) 2010년도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지만 누가 잘못했어도 우리 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은 국회에 (포항지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특별법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드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4월 하순쯤 국회에 제출될 텐데 급한 것은 이번 추경에 반영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고, 근본 대책은 특별법을 통해 해결하는 순서를 밟아 나가겠다"고 했다.
또 완전히 파손된 주택의 피해주민들을 위한 주택 임대 기간 연장, 흥해 특별재생사업 신규사업 추가와 국고 지원 비율 상향,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전통시장 지원, 저소득 주거환경 예산 조달, 트라우마센터와 안전체험관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주민들은 이 대표에게 "지진피해를 정쟁에 사용하지 말고 피해자 중심으로 특별법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일부 주민은 "우리를 건들지 말라. 이해찬이라고 다르겠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대피소를 둘러보다 한 피해주민이 "소주를 안 마시면 잠을 못 잔다. 죽고 싶을 때도 있다. 힘 있는 당에서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말하자 손을 꼭 잡으며 위로하기도 했다.
지도부는 지진대피소 방문 후 포항 가속기연구소에서 경북 예산정책간담회를 열고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은 전략 지역으로 중앙당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어려운 지역이라 별도로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대책을 세우겠다"며 총선 1년을 앞두고 '험지' TK에 전력을 쏟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경북 구미에 지역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구미에 적합한 업종을 잘 선정해 지역 실정에 맞도록 해야 한다. 구미1시가 주도적으로 하면서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며 정책적 지원을 공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자유한국당 소속인 이철우 경북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지난해 이 대표가 취임 후 구미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때도 회의장을 찾아 이 대표를 만났다.
이 지사는 간담회에서 "포항지진에 정부·여당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늘 (경북에) 오신 것이 포항 시민에게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이재민 주거 지원 등을 추경에 꼭 포함해달라. 지열발전소 안정적 폐쇄 대책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지도부는 오전 대구 한국감정원에서 예산정책간담회를 열고 대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한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의원과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 등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과 김현권 의원이 함께했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은 우리가 어려운 지역이다. 경남은 이번 4·3 보궐선거에서 보니 우리 당 후보 득표율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주의가 많이 완화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좀 더 많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당에서 노력하겠다. 정말로 전략적인 관점에서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섬유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구가 세계 로봇·물 산업 선도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정부도 뒷받침하고 당도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복귀 후 당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김부겸 의원에 대해 이 대표는 "행안부 장관을 성공리에 마치고 왔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비수도권은 정말 절박하다. 젊은이가 점점 떠나고 있는 정도가 '대탈출' 수준"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여러 새로운 기술 변화를 전통 제조업이 받아들여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을 빨리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젊은이들이 여기서도 인생을 꿈꾸고 새로운 것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이 자리에서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한 뒤 "포항 지진 문제도 여러 고민이 많다. 정말 소외됐다,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 지도부가 비전을 꼭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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