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 이틀간 20∼40㎜ 많은 비…농촌 들녘 못자리 준비로 분주
메마른 산림 흠뻑 젖어 당분간 산불 걱정 덜 듯, 미세먼지도 '주춤'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전창해 기자 = "지난 겨울 눈·비가 적어 많이 걱정했는데 때맞춰 반가운 꿀 비가 내렸습니다. 단비 소식에 볍씨를 물에 담가 촉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충북 보은에서 모내기용 모판을 생산하는 수피영농조합은 10일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40㎜의 비에 맞춰 못자리 준비를 시작했다.
이 지역 농가 100여곳에 공급할 8만개의 모판을 생산하기 위한 작업이다.
김문식(65) 대표는 "풍년 농사를 지으려면 튼튼한 모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번 비가 못자리에는 돈 주고도 대기 힘든 보약이 됐다"고 반가워했다.
지난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충북에는 보은 40.5㎜, 영동 36.5㎜, 청주 29.6㎜, 충주 26.2㎜, 진천 21㎜ 등 20∼40㎜의 봄비가 내리면서 농촌 들녘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다음 달 모내기를 위한 못자리 설치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됐고, 새순이 돋기 시작한 과수원을 돌보는 손길도 분주해졌다.
용수 확보에 나선 농업용 저수지도 턱 밑까지 가득 물을 담았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도내 18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96.2%로 비가 내리기 전(95.7%)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시·군에서 관리하는 578곳의 저수지도 1% 포인트 이상 저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 관계자는 "시·군 집계가 나와봐야겠지만, 도내 전역에 평균 30㎜ 가까운 비가 내려 90.3%이던 저수율이 91%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충주댐과 대청댐도 빗물이 서서히 유입되면서 수위가 올라서는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청댐 수위는 74.05m, 충주댐은 129.15m를 기록했다. 비가 내리기 전과 비교해 대청댐은 0.01m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충주댐은 아직 변화가 없다.
이번 비로 산불 비상근무에 돌입한 산림 당국도 걱정을 한시름 덜게 됐다.
기상청은 지난 2일 10시 충북 전역에 발령했던 건조주의보를 9일 오후 4시 해제했다.
촉촉한 봄비가 메마른 산림을 적시면서 불이 날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진 셈이다.
도 관계자는 "나무나 풀에 싹이 돋는 이달 하순까지가 산불에 가장 취약한 시기인데, 때맞춰 넉넉하게 비가 내렸다"며 "당분간 긴장을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빗물에 씻기면서 혼탁했던 공기 질도 상쾌해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9일 이후 이틀 연속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를 '좋음'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기록한 날은 3월 13일과 4월 1일 2차례에 불과했다.
지난해 충북의 누적 강수량은 1천369.6㎜로 평년(1천264.8㎜) 대비 108.3%를 기록했다. 작년 9월 이후 6개월간 누적 강수량 역시 268㎜로 평년(221.9㎜)보다 많다.
도 관계자는 "올해 1∼2월 강수량이 평년의 10%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전 기간 누적 강수량이 많았고, 고마운 봄비까지 내려 올봄 용수 공급상황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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