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집 밖에선 텀블러를 닦을 곳을 찾기 힘들고 세척에 필요한 도구도 없어서 카페 화장실에서 비누로 씻은 적도 있어요"
대학생 한소현(24)씨는 '환경보호를 실천하자'는 생각에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하지만 텀블러를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하루에 여러 번 사용하기는 어렵다.
한씨는 "간단하게 물로 헹궈낼 수 있는 아메리카노만 주로 마시게 되는데 가끔은 다른 음료도 마시고 싶어요. 그러려면 텀블러를 닦을 곳이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느끼는 건 한씨만이 아니다.
대학생 문지운(25)씨 또한 "요즘 대형 카페에서 직원에게 부탁하면 텀블러를 세척해주기도 하지만 우유나 과일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 지저분한 텀블러는 부탁하는 게 민망해요. 특히 바쁜 점심 시간대에는 직원에게 요청하기도 어려워요. 카페 안에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며 텀블러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아직 사회 전반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환경 문제를 의식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텀블러 사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세척 장소 등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호소한다.
텀블러 이용이 아직 의무는 아닌 탓에 민간 사업자인 카페 등이 비용을 들여가며 세척 장소나 세척기 등 인프라 마련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
투썸플레이스 강서구청점 이태인(28) 점장은 "텀블러나 개인 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텀블러 세척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텀블러를 닦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거나 세척기를 비치하는 것엔 반대한다. 공간을 확장하거나 기계를 구매해 유지ㆍ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세척 장소의 위생관리 역시 원활하지 못할 것 같다"고 난색을 보였다.
텀블러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벅스도 개수대 등 마련에는 미온적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텀블러나 개인 컵을 소지한 고객에게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 별도의 세척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텀블러 사용 확산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카페 내 세척 공간 마련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 커피전문점과 자발적인 협약을 맺어 텀블러 등 개인 컵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할인이나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민간과 정책 당국이 텀블러 사용은 권하면서도 관련 편의 시설 확충엔 적극적이지 않음에 따라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이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일회용기 자제라는 목표가 쉽사리 달성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 김은숙 미디어국장은 "텀블러가 더욱 널리 사용되려면 (정부와 기업이 협조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이용자의 불편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wakhy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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