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무의미하게 연명하고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기보다는 언젠가 맞이할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최모(68·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씨는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 말고는 매주 등산을 다닐 정도로 건강하지만 최근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했다.
"인공호흡기를 꽂은 채 병실에서 숨만 쉬다 죽느니 차라리 자연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최 씨처럼 미리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의 의료행위를 말한다.
10일 전주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자는 총 922명이었으나 올해 1∼3월에만 995명에 달한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월평균 84명에 그쳤던 등록자가 올해는 331명으로 4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등록자의 90% 이상은 60세 이상이었으며 여성이 70%가량을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해 2월 시행된 후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에 이르는 길을 택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나 호스피스 이용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 보건소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도움을 주고자 전날 소비자교육 중앙회 전북도지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홍보하고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상담을 위해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을 원하는 시민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가지고 관내 8개 등록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면 된다.
전주지역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시 보건소(☎063-281-6232), 소비자교육 중앙회 전북지부(☎ 063-272-4430),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주 남부·북부지사(☎063-279-1182), 전북대학교병원(☎ 063-250-2370), 예수병원(☎ 063-230-8004), 효사랑가족요양병원(☎ 063-711-1106),웰다잉전북연구원(☎063-272-4430) 등이다.
김경숙 전주시보건소장은 "'잘 사는 것' 못지않게 '잘 죽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하면서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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