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분석 "지분 21%만 담보대출 가능…상속세 납부 여력 감소"
"계열사 지분 매각 불가피할지도…배당 확대·퇴직금 활용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장남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 사장이 한진칼 등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는 막대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방식을 고려하겠지만, 한진가(家)가 보유한 주식 상당수가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작년 말 기준 한진가의 한진칼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은 한진칼 총 보유 지분 28.93% 중 27%에 해당하는 7.75%를 금융권 및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대한항공과 ㈜한진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린 형태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조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이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의 지분이 각각 3% 미만이다.
조원태 사장은 한진칼 지분 2.34%(138만5천295주)의 42.3%에 달하는 58만6천319주를 금융권 및 세무서에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하나금융투자(25만2천101주), 하나은행(18만4천218주), 반포세무서(15만주) 등 3곳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각각 한진칼 보유 주식의 46.8%, 30.0%를 금융권과 국세청 등에 담보로 내놨다.
가장 많은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조 회장 역시 한진칼 보유 주식의 23.7%를 이미 하나은행과 종로세무서 등에 담보로 제공했다.
조 회장은 작년 5월 '상속세 논란' 당시 한진칼 지분 1.69%에 해당하는 100만주를 종로세무서에 담보로 내놨으며 그해 11월 한진칼 지분 2.54%에 해당하는 150만주를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조 회장이 8일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이후 경영권을 놓고 '상속세 문제'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진가가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한진칼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조 회장 지분 17.84%를 한진가에서 그대로 상속하는 경우 내야 하는 상속세는 2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납부할 재원이 충분하겠느냐는 것이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며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다.
한진가로서는 상속세를 분납 납부해도 5년간 해마다 최소 300억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방법으로는 계열사 지분 매각, 한진칼·대한항공의 배당 여력 확대, 퇴직금 활용 등이 거론된다.
지분 매각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상속 주식과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하는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금융가에서는 한진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면서 한진칼과 한진의 주식담보대출로 조달 가능한 금액을 609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미 한진가 보유 한진칼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 있는 만큼 추가 조달이 가능한 금액은 금융가 추산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중 종로세무서와 하나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4.23%의 경우 부채를 처분하기 위한 금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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