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커룽그룹 前회장 일부 무죄·감형 판결 대대적 보도
홍콩언론 "무역전쟁으로 고통 겪는 기업인들 사기진작 위한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법원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7년간 옥살이를 한 기업가의 무죄 주장을 수용해 형량을 대폭 줄여주고 관영 매체는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서 무역전쟁에 지친 기업가 달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구추쥔(顧雛軍) 전 커룽(科龍)가전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구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고인민법원은 원심이 유죄를 인정했던 등기자본 허위 보고와 재무제표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자금 남용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보고 징역형 10년을 5년으로 줄였다.
구 전 회장은 지난 2002년 중국 광둥(廣東)성 지방정부 산하 기업이었던 커룽가전그룹을 인수해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으며, 당시 언론은 그를 '기업가의 모범'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2004년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이 발표한 중국 부호 명단의 최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경제학자가 구 전 회장이 국가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그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2005년 재무제표 조작과 자금 남용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과 벌금 680만 위안(약 11억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7년간 옥살이를 하고 2012년 가석방된 그는 곧바로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고인민법원에 상소를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회견 때 머리에 '민초는 절대 결백하다(草民完全無罪)'고 쓰인 커다란 모자를 쓰고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구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광둥성 부성장,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 공안부 최고위층 등이 경쟁업체에서 1천만 달러(약 11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그를 모함해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날 최고인민법원은 두 가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물론 "지방당국도 당시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며, 구 전 회장은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혀 그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줬다.
최고인민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시장 참여 주체의 합법적인 권한과 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 경쟁의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기업가의 창업과 혁신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는 이례적으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중국 정부의 '기업인 기 살리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언론은 "무역전쟁으로 기업가들이 힘든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구 전 회장은 자금 남용 혐의의 유죄 판결이 유지된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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