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낡은 공장과 트렌디한 건물의 컬래버레이션

입력 2019-05-12 08:01  

[문화공간] 낡은 공장과 트렌디한 건물의 컬래버레이션
복합문화공간 '코스모40'

(인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쓸모를 다한 공장들이 '힙'(hip)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버려진 공간에는 공연장과 전시장, 개성 넘치는 식당과 카페, 펍 등이 들어서 핫한 것을 찾아다니는 이들을 유혹한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옛 화학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킨 '코스모40'이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낡은 공장과 트렌디한 건물이 결합한, 독특한 공간이다.
누런빛 낡은 철재 외벽의 공장 옆으로 회색 철골과 유리로 된 현대적인 건물이 바짝 들어서 있다.
현대식 건물의 1·2·4층은 공장과 살짝 떨어져 있고, 3층은 공장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가 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외관처럼 공장 측면에는 1층 바깥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묘한 구조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이 독특한 건물은 최근 인천 서구 가좌동의 새로운 명소로 알려진 '코스모40'이다.
코스모40은 원래 1970년대부터 이곳에서 운영되던 코스모화학 공장단지의 정제시설이었다. 2016년 코스모화학이 울산으로 이전하며 건물이 하나둘 철거됐고, 전체 45개 동(棟) 가운데 유일하게 40번째 동만 철거되지 않았다.
한 지역 회사는 40동 건물을 사들여 1년 10개월간 리모델링한 후 옛 기억을 담아 '코스모40'이란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40 이슬기 팀장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존 건물은 최대한 보존하고, 용도에 필요한 시설은 신관을 증축해 해결했다"며 "관공서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달리 이곳은 민간주도형이어서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화의 향기 찍어내는 옛 공장

옛 공장(구관)과 새로 지은 건물(신관)은 사실상 별개의 건물이다. 3층을 통해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구관으로 들어가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군데군데 녹슨 기존 공장 기둥 바깥으로 신관의 철재 기둥이 버티고 서 있다. 두 건물은 맞닿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구관은 메인홀(1·2층)과 호이스트홀(3·4층)로 구분된다. 메인홀에 들어서자 노란색 은은한 조명이 두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2층 난간을 밝히고 있다.
메인홀은 1·2층이 뚫린 사각형 공간을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설계돼 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8m다. 조그만 창과 철재 외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서는 바깥이 살짝 내다보인다. 한쪽에는 물탱크가 놓여 있던 공간도 있다.
메인홀은 전체적으로 음악 공연장이나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다. 이곳은 전시, 공연, 마켓 등을 위한 공간이다. 개관 이후 실제 음악 공연과 사진전이 진행됐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면 한쪽에 전기실이 있다. 공장 전기실을 그대로 남겨둔 곳이다. 작동하지는 않지만 예전 전기실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2층 바닥에는 예전 기계장치를 받치던 구조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고 높낮이가 다른 구조물은 이제 방문객을 위한 의자나 탁자로 이용되고 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건축 재생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호이스트홀로 들어서자 경쾌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쪽 벽면에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가 빔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되고 있다.
편안한 소파와 탁자도 놓여 있어 음악을 감상하기 좋다. 예전 물탱크가 놓였던 사각 공간은 작은 무대가 됐다.
호이스트홀은 메인홀보다 규모가 더 크다. 천장까지 높이가 12m에 달한다. 천장에는 공장에서 사용하던 호이스트(크레인)가 2개 걸려 있다. 3t 그리고 10t까지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도구로, 지금은 작품 설치용으로 이용된다.
기둥 한쪽에는 '코스모化學株式會社 仁川工場'이 양각된 낡은 동판이 세워져 있다. 한쪽에는 각종 파이프와 기계를 제어하던 공간도 보존돼 있다. 작동을 멈춘 커다란 제어장치, 파이프와 각종 기계의 연결된 모습을 담은 그림, 볼펜으로 작성한 빛바랜 작업일지 등을 볼 수 있다.



◇ 세련된 건물엔 트렌디한 상점들

호이스트홀과 신관 3층은 유리창을 통해 서로 훤히 들여다보인다. 이곳은 바로 옛것과 새것이 조우하는 지점이다. 구관의 공간 일부를 신관 3층이 공유하고 있다. 호이스트홀과 신관에서 서로 바라보는 풍경은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신관 3층은 세련된 분위기의 라운지로,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한 트렌디한 카페, 펍, 베이커리, 피자 가게가 들어서 있다.
카페 '필터드'(Filtered)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펍인 '탭드'(Tapped)에서는 속초 IPA, 동명항 페일에일 등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3층 바깥에는 나무와 억새, 고사리 등을 심은 작은 정원도 있어 방문객이 휴식할 수 있다.
신관 2층은 서점이다. 이곳에는 시중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책들이 진열돼 있다. 전 세계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는 건축 관련 잡지와 도서, 영화·음악 서적, 북한의 일상을 그래픽에 담은 'Made in North Korea' 등을 볼 수 있고, 코스모40 직원들이 좋은 책으로 선정한 소설과 수필집도 진열돼 있다.



◇ 경계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코스모40은 구관과 신관이 경계를 넘어 섞여 있듯이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베네치아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 초대됐던 신경섭 작가의 전시 'COSMOS'가 진행되던 지난해 11월에는 음악 공연, DJ 레이브, 토크 등을 결합한 'RUNDOWN' 공연이 진행됐고, 12월에는 스케이터들의 묘기를 볼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이에 앞서 10월에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각종 공예품과 소품, 의류, 도서 등을 파는 '크리에이티브 마켓'이 열렸다.
코스모40에서는 주말마다 전자음악, 가곡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헤븐리 위켄드 소셜'을 무료로 열고 있다.
또 코스모40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코스모40 공간 투어'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흑백사진에 담은 전시가 열린다.
이슬기 팀장은 "경계 없는 영감의 공간을 지향하듯 코스모40은 건축적으로 새롭고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변으로는 여전히 공장들이 가동하고 있지만 최근 특색있는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고 문화, 스포츠 관련 상점이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이 지역이 앞으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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