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7년 도피 끝에 영국 경찰에 체포(종합2보)

입력 2019-04-11 22:00   수정 2019-04-11 22:16

'위키리크스' 어산지, 7년 도피 끝에 영국 경찰에 체포(종합2보)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 보호조치 종료…英 경찰, 대사관서 신병 확보
경찰 "미국의 송환요청에 따라 체포"…美 송환 가능성 촉각
에콰도르 "英, 어산지 사형받을 만한 국가로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47)가 7년간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의 피신 생활 끝에 11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됐다.
영국 경찰은 미국의 기밀문건을 대거 폭로한 뒤 도피생활을 해온 어산지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체포했다고 밝혀 그가 실제로 미국에서 수사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영국서 체포…에콰도르, 보호 철회/ 연합뉴스 (Yonhapnews)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줄리언 어산지를 주(駐)영 에콰도르대사관 안에서 체포했다.
7년간 은신처를 제공해온 런던의 에콰도르대사관은 어산지와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이날 결국 대사관 안으로 영국 경찰관들의 진입을 허용, 어산지의 오랜 도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어산지는 미군의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빼낸 70만건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를 건네받아 자신이 만든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이 폭로는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고, 어산지는 미국의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이후 어산지는 2011년 영국에 체류하던 중 과거 스웨덴에서 성범죄 2건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돼 영국 경찰에 붙잡혔다.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영국 대법원에서 스웨덴 송환 결정이 나자 자신을 결국 미국으로 송환해 처벌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고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망명 신청을 했다.
스웨덴은 2017년 5월 어산지의 성범죄 혐의 수사를 중단하고 수배도 철회했지만, 어산지는 2012년 영국 법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 때문에 계속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영국이 어산지의 신병을 7년 만에 확보한 데에는 어산지에 대한 에콰도르 정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에콰도르는 작년 3월 어산지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소셜미디어(SNS)에 의견을 올리며 논란을 일으키자 외부통신을 차단했다가 일부 풀어준 뒤 내정간섭 금지 등 망명 의무사항을 추가한 바 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어산지가 반복해서 망명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전 유럽에 머물 때 자신과 가족의 사적인 정보를 위키리크스가 가로채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며 "어산지는 개인 계좌나 전화를 해킹할 권리가 없다"고 비판해 에콰도르가 조만간 어산지를 버릴 것이라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이날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것과 동시에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어산지가 반복적으로 위반함에 따라 그에 대한 외교적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외무부도 어산지의 에콰도르 시민권을 정지했다고 했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작년 12월 에콰도르 시민권을 취득했었다.
위키리크스 측은 이날 어산지의 체포 소식에 에콰도르 정부가 국제법을 어기고 어산지의 정치적 망명을 불법적으로 종료했다고 비난했다.
체포된 어산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으로의 송환 가능성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기밀문서를 대거 폭로한 어산지에 대해 2013년께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근에는 어산지를 미국 검찰이 비밀리에 기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런던 경찰이 이날 "그는 영국의 보석 관련 규정을 어긴 혐의로 체포된 것도 있지만 미국 정부를 대신해 체포된 것이기도 하다"고 밝힘에 따라 그가 실제로 미국에 인도돼 수사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영국이 어산지를 미국으로 보내려 하면 그는 이에 대항해 영국에서 법정 다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에콰도르와 영국은 '어산지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보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양국 정부가 밝혔다.
앞서 에콰도르의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의 체포에 동의하기 전에 영국으로부터 어산지가 고문을 당하거나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나라로 송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고, 영국 외무부의 알란 덩컨 부장관도 방송 인터뷰에서 "그가 사형에 직면할 수 있는 곳으로는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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