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은 남북대화로…4·27 1주년 文·金 판문점서 만날까

입력 2019-04-12 10:36   수정 2019-04-12 14:19

다시 공은 남북대화로…4·27 1주년 文·金 판문점서 만날까
한미정상회담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식화…북미교착 돌파구 모색
하노이 후 북미 입장변화 없어 쉽지 않은 중재역…대화재개 주력할 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꽉 막힌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를 만드는 중책이 이번에도 남북대화로 넘어오면서 곧 있을 4·27정상회담 1주년 행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으로 과연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문재인 "3차 북미회담 희망심는게 중요"…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아주 좋아" / 연합뉴스 (Yonhapnews)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속한 추진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 파견 또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속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북미대화 재개를 모색할 전망이다.
현재 분위기상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관계도 교착이고 남북관계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무리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판문점에서 1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계획으로 북측의 참여를 제안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기에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의 재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형태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회담의 역할은 본질상 작년과 비슷해 보인다.
작년 4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1차 남북정상회담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김 위원장에게서 받아냄으로써 6·12 1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다리를 놓았고, 5월 2차 남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꺼질 위기에 처한 북미대화의 불씨를 되살려냈다.
또 작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끌어냄으로써 핵신고를 둘러싼 이견으로 교착된 북미대화에 새로운 동력을 공급했다.
이번에는 예기치 못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정세가 진퇴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쉽지 않은 임무를 떠맡은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핵무기 폐기로의 조기 이행을 추구하는 미국의 '빅딜'과 '영변 폐기 대(對) 민생 관련 제재 해제'를 시작으로 하는 북한의 '단계적 해법'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또 미국 조야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보유 핵무기의 폐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구체화해야 한다.
영변 밖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을 포함한 핵시설의 전면 동결과 영변 핵시설 폐기, 대북 제재 부분완화, 종전선언, 북미연락사무소 개소 등을 묶은 이른바 '굿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 구상의 불씨를 살리는 일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추진될 의제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미 양측이 하노이에서 확인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유보하는 태도를 밝혔다.
북한도 11일 최고인민회의에 앞선 노동당 전원회의 등 계기에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매체들을 통해 제재 해제와 남북경협 등과 관련한 남한 정부의 독자적 목소리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남북대화를 통한 북미 돌파구 마련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톱다운' 해법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고, 북한도 노동당 회의, 최고인민회의 등 주요정치일정을 소화하면서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외교라인을 강화하는 등 '판'을 깨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은 희망을 갖게 하는 요소다.
북미간에 현안과 관련한 이견을 당장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목표로 실무 회담부터 시작함으로써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데 대해 김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그것으로도 의미있는 성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당면한 관심사는 문 대통령 귀국 후 추진할 전망인 대북 특사 파견 등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절차에 북한이 응할지 여부다.
하노이 결렬 이후 한미-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톱다운' 외교가 부활할 수 있을지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접촉 과정에서 어느 정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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