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부금 등 투입한 첫 민간 탐사선…7번째 달 궤도 진입국
스페이스IL 설립자 "2∼3년 안에 또 다른 탐사선 보낼 것"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처음으로 발사한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창세기)가 11일(현지시간) 달 표면 착륙 마지막 순간에 실패했다.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항공우주산업(IAI)의 오퍼 도론 우주총괄팀장은 "베레시트가 달 표면에 추락, 착륙지점에서 산산조각이 났다"고 발표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도론 팀장은 "착륙 직전 베레시트의 엔진이 꺼졌다"며 "실패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달에 도착했다는 자체만으로 놀라운 성공"이라며 "베레시트는 지금까지 달에 도달한 우주선 가운데 가장 작고, 가장 싼 우주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주선을 제작한 스페이스IL 측은 "불행하게도 착륙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달 궤도에 진입한 7번째 국가가 됐고, 달 표면에 도달한 4번째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착륙 실패 장면을 지켜본 뒤 "우리는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우리는 달에 도달했지만, 좀 더 편안하게 착륙하길 원했다. 이건 다음번을 위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스페이스IL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야리브 바쉬도 "이미 다음 발사계획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며 "2∼3년 안에 또 다른 탐사선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레시트는 무게 585㎏·폭 2m·높이 1.5m의 대략 식기세척기 크기로, 다리가 네 개 달려 있으며 역대 달 탐사선 가운데 가장 작다.
특히 사상 첫 민간 달 탐사선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2011년 설립된 이스라엘 비영리기업 스페이스IL은 본래 구글의 민간 달 탐사 경연대회인 '루나X프라이즈'(Lunar Xprize)에 참가하면서 베레시트를 제작했다.
구글은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영상과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는데 2천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지만, 스페이스IL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5개 업체 모두 정해진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경연을 취소했다.
베레시트는 남아공 태생의 이스라엘 억만장자 기업가 모리스 칸 등의 기부금 1억 달러(약 1천128억원)로 탄생했다.
스페이스IL은 IAI와 협력해 지난 2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베레시트를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베레시트는 우주궤도에 오른 뒤 47일 동안 지구를 수차례 회전하면서 달의 중력을 이용해 접근, 달 표면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 지점에 착륙을 시도하다 마지막 순간에 실패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38만6천㎞이지만, 베레시트는 중력을 이용하기 위해 지구를 회전하면서 약 650만㎞를 비행했다. 연료를 절약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만약 성공했다면 이스라엘은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달에 탐사선을 완전한 형체로 '소프트'(soft) 착륙시킨 4번째 국가가 됐을 것이다.
피터 디아만디스 X프라이즈 재단 회장은 "착륙에 실패했더라도, 이는 미래 혁신가들과 스타트업에 영감을 주는 글로벌 스토리"라며 "스페이스IL이 지금까지 이룬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스페이스IL의 성취를 축하하기 위해 100만 달러의 '달탐사상'(Moonshot Award)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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