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진 학생들의 초상화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미술관에 걸렸다.
11일(현지시간) 중국의 유명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2)는 지난 2014년 9월 마약 갱단에 납치됐다가 살해당한 멕시코 교육대생들 43명의 초상화를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미술작품을 공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각양각색의 레고 블록이 모여 만들어낸 팝아트 초상화로 구성된 아이웨이웨이의 이번 작품에는 스페인어로 '기억의 회복'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아이웨이웨이는 레고가 "누구나 쓸 수 있고, 다시 쌓아 올릴 수도 있는 평등한 재료이기에 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시티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 작품은 5년 전 일어난 납치·피살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는 타임라인 위에 걸렸다.
타임라인의 시작은 2014년 9월 26일. 그날 밤 멕시코 남부 게레로 주의 아요치나파 교육대학에 다니던 학생 43명은 지역 경찰에 억류된 후 실종됐다.
1주일여 뒤 이들이 실종된 지역 인근에서는 불에 타 훼손된 시신이 집단으로 매장된 구덩이 6개가 발견됐다.
타임라인은 2015년 1월 27일로 이어진다. 그날 멕시코 검찰은 교육대생 집단 납치·피살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부패한 지역 경찰이 교대생들을 한 마약 갱단에 적대적인 다른 갱단의 조직원이라고 속인 채 넘겼고, 갱단이 이들을 살해한 뒤 인근 쓰레기 매립장에서 소각했다는 것이다.
[로이터 제공]
다음 타임라인은 같은 해 9월 6일이다. 그날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멕시코 검찰이 발표한 의문이 가득하다며 사건의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 정부는 사건이 이미 종결됐다며 미주인권위가 진상조사에 더 나서지 못하도록 막았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현재까지도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용의자 검거와 함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이웃집 아이들이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된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정부가 아직 사건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다면, 그게 무슨 정부인가. 그게 무슨 사회인가"라고 비판하며, 예술가인 것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설계에 참여한 유명 설치미술가였던 아이웨이웨이는 이후 반체제 예술가로 변신해 중국의 검열과 탄압 문제, 중동 난민 사태 등 세계의 인권·민주주의를 다룬 비판적 작품을 전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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