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다른 종류의 정신적 폭력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미국 국경지대에서 순찰대로부터 몸수색을 받는 온두라스 국적의 어머니와 그 앞에서 울부짖는 두 살배기 아이를 촬영한 사진이 세계보도사진(WPP) 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보도사진'에 선정됐다고 AFP통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게티 이미지의 사진작가 존 무어(51)가 찍은 이 사진은 지난해 6월 12일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다 텍사스에서 국경 순찰대에게 몸수색을 받는 산드라 산체스와 그의 딸 야넬라의 모습을 담았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실린 이 사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촉발했다.
야넬라의 아버지는 이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야넬라가 산드라와 떨어지지 않았으며 함께 구금돼 있다고 말했지만, 이 사진은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격리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는 도화선이 됐다.
지난 10년간 미국-멕시코 국경 취재를 해온 무어는 "나는 그들의 얼굴과 눈에서 공포를 볼 수 있었다"고 미국의 라디오방송 NPR에 말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내게 그것은 종종 통계로만 나타나는 인류에 대한 관점을 보여줄 기회였다"며 "나는 이민 문제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인 앨리스 마틴스 사진기자는 성명에서 "(무어의 사진은) 그 이야기에 대해 즉각적으로 매우 많은 것을 들려주는 동시에 그것과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한다"며 "이 사진은 다른 종류의 정신적 폭력을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무어의 사진은 '스폿 뉴스 싱글'(Spot News Singles) 부문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사진작가 4천738명의 작품 7만8천801점이 출품된 올해 보도사진전에서는 이민자 문제를 다룬 사진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작가 피터르 턴 호펀은 지난해 10월 중순 온두라스에서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촬영한 사진 시리즈로 '올해의 보도사진 스토리' 부문 상을 받았다.
무어와 턴 호펀은 각각 10만 유로(한화 약 1천287만원)를 상금으로 받았다.
이밖에 매그넘 포토의 다이애나 마코시언이 '오늘의 문제 싱글'(Contemporary Issues Singles) 부문, 올리비아 해리스가 '오늘의 문제 스토리'(Contemporary Issues Stories) 부분에서 상을 받았다.
브렌트 스터톤은 '환경 싱글'(Environment Singles), 마크로 과라치니는 '환경 스토리'(Environment Stories), 로렌초 투뇰리는 '일반 뉴스 스토리'(General News Stories), 존 피더슨이 '스포츠 싱글'(Sports Singles)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