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김해공항 미어터지는데 노선 증설에만 '혈안'

입력 2019-04-12 10:49   수정 2019-04-12 11:04

부산시, 김해공항 미어터지는데 노선 증설에만 '혈안'
10억 지원금 내걸고 중거리 사업자 공모…이용객 불편은 나 몰라라
슬롯 없어 착륙 전쟁·편의시설 부족 여전…시 "공군 협의 슬롯 확대"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김해공항에서는 새벽마다 착륙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편의시설이 부족한 대합실은 승객들이 장시간 대기하면서 여행 기분을 상하게 하기 일쑤다.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이 사상 처음으로 1천만명을 돌파한 김해공항이 인프라 확충에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지원금을 내걸고 또 노선 확충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시는 김해공항을 기·종점으로 하거나 경유하는 중장거리 여객노선(중거리 2천500∼5천㎞, 장거리 5천㎞ 이상)을 6개월 이상 연속 운항하는 국내외 항공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2019 김해공항 국제항공노선 신규취항 항공사업자 공모'에 들어갔다.
평가를 거쳐 선정된 항공사는 신규취항 이후 평균 탑승률이 기준탑승률(80%)에 미달해 운영손실이 발생하면 최대 1년간 예산 범위 내에서 운항 편당 300만∼500만원 지원금을 올해 예산 범위(10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현재 주 1천306편(12개국 41개 도시)에 불과한 김해공항 국제노선을 향후 동남권 관문 공항 개항 전까지 주 3천편(40개국 100개 도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전에 아세안 국가 도시와 김해공항을 모두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해공항 중장거리 노선을 확충하는 부산시 정책이 '대책 없이 김해공항 혼잡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일 새벽 6시부터 김해공항 인근 상공에는 '착륙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늦게 도착한 항공기는 착륙 순번에서 밀려 부산 앞바다를 빙글빙글 돌고 나서 내려 항공사와 승객 모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해공항은 야간 소음 문제로 커퓨 타임(Curfew Time·야간 항공기 운항 통제시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아침 시간 비행기 이착륙이 집중되고 있다.
도착한 비행기에서 수화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승객들은 김해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1∼2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항공사가 해당 공항에서 항공기를 출발과 도착할 수 있도록 배정한 시간을 말하는 슬롯(SLOT)도 부족하다.
김해공항 평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배정률은 거의 100%로 사실상 한계상황이다.
실제로 중장거리인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는 3개 항공사가 올해 하계시즌을 앞두고 주 7회(매일) 운항을 신청했으나 김해공항 슬롯 부족으로 모두 주 4회로 슬롯을 배정받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산∼싱가포르 노선 같이 상징성이 높고 새로 취항하는 노선은 신청 횟수만큼 슬롯을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슬롯이 주 4회로 줄어든 걸 보면 김해공항 슬롯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716편이던 국제선 주간 운항편 수는 2019년 1월 기준으로 1천311편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신규 노선과 이용객은 크게 늘었지만, 포화 상태인 김해공항에서 시설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해공항을 대체할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국토교통부는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
두 가지 방안 중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고한 6∼7년 동안 지금의 김해공항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므로 이용객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 대구·무안공항 등에 국제선이 늘어나 공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김해공항은 중장거리 노선 개발로 차별화하려고 한다"며 "슬롯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중 20회 주말 32회 추가로 슬롯을 확보하는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군과 본격적인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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