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 보조금 지급' 성명에 대한 집단 징계청구는 악질적 괴롭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집단적인 징계청구를 당한 변호사 2명이 징계를 청구한 712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요코하마(橫浜)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반대활동을 해온 가나가와(神奈川)현 변호사회 소속 간바라 하지메(神原元) 변호사와 재일 한국인 변호사 1명 등 원고 2명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에 대한 대량 징계청구는 "악질적인 괴롭힘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소된 징계청구자들은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각 지방변호사회에 대량의 징계청구를 했다가 해당 변호사로부터 위자료 등을 요구하는 청구가 오자 이를 '협박'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간바라 변호사 등의 이번 제소는 징계청구자들이 낸 손배소송에 대한 맞제소다.
1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원고 변호사 2명에게는 2017년 이후 5천건이 넘는 징계청구가 이뤄졌다. 청구자들은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추진은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 변호사 2명은 이들의 징계청구는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것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총 3억6천729만 엔(약 36억7천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요코하마 지법은 이날 마찬가지로 징계청구를 당한 가나가와현 변호사회 소속 시마사키 지카라(嶋崎量) 변호사가 "위법한 징계청구를 당했다"며 청구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장은 피고 6명에게 각각 33만 엔(약 330만 원)씩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징계청구에 가담했다가 간바라 변호사 등에게 사과한 60대 남성이 이날 요코하마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퇴직 후 소외감을 느끼던 중 올바른 운동을 한다는 정의감을 느꼈다"고 징계청구 참여 당시를 회상했다.
간토(關東)지방에 사는 그는 퇴직해 시간적 여유가 생긴 4년여 전부터 인터넷을 뒤지다가 "조선인은 일본을 멸시하고 얕본다"는 블로그를 발견하고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쓰는 글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쓴 블로거는 조선학교에 대한 적절한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는 성명 등을 발표한 변호사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징계청구 참여를 촉구했고, 그는 요청에 응했다.
그러던 중 그와 마찬가지로 청구 요청에 응한 사람들이 해당 변호사에게 제소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때서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본 그는 "블로그에 있는 내용은 단지 차별일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뒤늦게 아내에게 전말을 털어놓자 그의 아내는 "바보네"라고 핀잔을 줬고, 이후 자신이 징계를 청구한 변호사들에게 사과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번 제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그들을 매우 놀라게 하고 슬픔을 안겨줬다는 걸 알고 눈을 떴다. 다른 사람들도 조속히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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