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 디즈니가 TV·영화 등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스트리밍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디즈니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 본사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를 열고 11월 12일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6.99달러로 책정됐다. 1년 구독료는 이보다 싼 69달러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가격대의 최상단이자 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 1위인 넷플릭스의 표준 HD(고화질) 이용료의 절반 수준이라고 CNBC는 전했다.
디즈니는 그동안 경쟁사보다 훨씬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왔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력 요소로 평가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내년에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원)를 투자하고 2024년가 되면 이를 2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말까지 6천만∼9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중 3분의 1은 미국 내에서, 나머지는 해외에서 가입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일단 미국에서 첫발을 떼지만 디즈니는 출시 후 2년 내에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서 진출한다는 목표다.
디즈니는 또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를 디즈니플러스와 한데 묶어 서비스하는 것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다만 CNBC는 "훌루의 지분 40%를 컴캐스트와 AT&T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플러스와 다른 서비스들이 공존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관심은 가입자를 통해 벌어들일 수익이 다른 업체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받는 저작권 수익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지 여부다.
디즈니는 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많은 TV 시리즈와 영화를 독점 제공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마블 시리즈 중에서는 스칼렛 위치와 비전, 로키, 윈터 솔저(버키 반즈), 팰컨(샘 윌슨)과 호크아이를 각각 내세운 4개의 액션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특히 이들 시리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들과도 스토리가 연계된다고 마블 대표인 케빈 파이기는 밝힌 바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로는 확장 세계관의 전투종족 이야기를 다룬 '더 맨덜로리안' 시리즈가 서비스 출시와 함께 방영되고 '클론 전쟁'의 새 시즌도 준비 중이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는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 포키와 보 핍을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들과 '몬스터 주식회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직장의 몬스터'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개봉할 디즈니 영화도 극장 상영과 가정용 비디오 서비스가 끝난 뒤 디즈니플러스로 제공된다. 일례로 올해 11월 개봉이 예정된 '겨울왕국2'는 내년 여름께 디즈니플러스에 독점 제공된다.
이 밖에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영화와 TV 애니메이션, 영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심슨 가족'의 전편 등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제공된다.
최근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며 몸집과 콘텐츠를 한층 키운 디즈니가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훌루 등이 경합하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은 전통적인 케이블 TV 시장을 잠식하며 급성장하는 중이다. 애플도 지난달 'TV플러스'란 이름으로 올가을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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