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노딜' 평가…남북정상회담 열려도 험로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남북관계·외교안보 전문가들은 12일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계기로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4·27선언 1주년을 모멘텀으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4·27선언 1주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곧 정부가 북한에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그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발표한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명기되는 등 그 상징성도 크다.
다만, 오는 27일까지 시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먼저 북한에 특사를 보내고 준비 기간을 거쳐 5월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보름 안에 남북정상회담 준비는 못 하지만, 중간에 특사는 갈 수 있다"며 5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두 번째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작년 5월 2차 남북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꺼질 위기에 처한 북미대화의 불씨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 이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회담 조기 개최를 견인할만한 구체적인 구상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유보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우리 정부의 절충안인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에 대해서도 구체적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정세현 전 장관은 "지난번의 하노이 회담을 노딜이라고 그랬는데 이번의 한미정상회담도 워싱턴 노딜"이라고 촌평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이 아무것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을 한다고 해도 북미정상회담은 어렵다고 본다"며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양보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범철 센터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과 사전 물밑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조차도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전제가 흐트러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도 전날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한 제14기 제1차 첫날 회의에서 대미협상 라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함으로써 기존 대미협상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또 이번 최고인민회의 직전에 개최한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함으로써 대미 저자세를 보이지 않고 제재를 버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앞으로 제재 완화 요구를 이렇게 처절하게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은밀하게 쥐여준 메시지의 내용이 5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리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민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미협상라인 3인방을 신임하고 강경한 대미협상 전략에 힘을 실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실장은 "그래야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던가 대화의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차단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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