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죄인데, 형법 아닌 정통망법 처벌 시 직위해제 불가 해석도
사이버수사관 "음란물 유포는 정통망법 적용하면 형량 더 강해"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평택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담임 교사직을 유지해 논란이 된 가운데 그 배경은 관련 법상 직위해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위해제 기준에서 성범죄를 정의하는 부분이 사실상 사문화한 과거 법령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교육지원청은 관내 초등학교 현직 남자 교사가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을 받은 사실을 수사기관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몇 달간 직위해제를 하지 않은 채 교단에 그대로 뒀다.
교육청은 그 이유로 해당 교사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로 처벌받아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에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하여 그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라는 폭넓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단서 조항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육청은 그제야 해당 교사를 직위 해제했다.
그렇다면 당초 교육청이 직위해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뭘까.
직위해제 대상을 명시한 국가공무원법에서 음란물 유포를 정의하는 것은 형법(제243조)에 나오는 '음화반포'다.
음화반포죄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음란물 유포 매체를 '문서, 도화, 필름' 등으로 적시한 것으로 볼 때 현재와는 다소 맞지 않는 사실상 사문화한 법령이라는 지적이 많다.
반면 정통망법에선 음란물에 대해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ㆍ화상 또는 영상'으로 정의하는 등 최근 상황이 반영돼 있어 수사기관에서 주로 적용한다.
게다가 형량도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법보다 강하다.
그런데도 직위해제 기준이 이 같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곧이곧대로 해석될 경우 형법(음화반포)이 아닌 정통망법(음란물 유포)으로 처벌받은 교사나 공무원은 직위해제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도 어느 정도 가능한 셈이다.
한 사이버수사 경찰관은 "요즘 음란물 유통 혐의에 형법을 적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그런데 성특법에서 성범죄를 정의하면서 정통망법상 음란물 유포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특법을 담당하는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법률이 사회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사례인 것 같다"며 "추후 성범죄 정의 부분이 현재 상황을 반영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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