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이 중장비 동원해 행정대집행,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설치 예정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김재홍 기자 = 설치 위치를 놓고 논란을 빚는 부산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부산시가 12일 강제로 옮기자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6시 10분께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행정대집행에는 시 공무원 등 50여명과 중장비 등이 동원돼 노동자상을 트럭에 옮겨 실었다.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던 부산시가 퇴근 시간에 맞춰 기습적으로 노동자상을 철거한 것이다.
당시 노동자상을 지키며 현장에 머물던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시는 행정대집행을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조형물 설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불법조형물에 대해서는 행정조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시는 이어 "무엇보다 위원회 참여자들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물리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위원회 측과 시민 여러분 모두의 이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는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에 있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 1층 관람객 대기 장소에 설치했다.
시는 "해당 조형물의 설치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시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노동자상을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 행사 때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하려 했으나 당시 경찰 저지로 실패했다.
위원회는 이듬해인 올해 3월 1일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부산시민대회를 열고 정발 장군 동상 인근 인도에 노동자상을 임시로 설치됐다.
이후 시민단체, 관할 동구청, 부산시는 노동자상 위치를 두고 3자 협의를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11일 시민단체와 동구청은 동상 인근 쌈지공원을 노동자상 이전 장소로 정했으나 시는 이에 반대하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시는 그동안 노동자상을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위원회는 "시가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리본을 내팽개치고 기습적으로 노동자상을 끌고 갔다"며 "일본 정부가 그토록 원하던 일을 우리 정부가 공무원을 동원해 완수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강제징용 노동자 역사는 100년이 지나도 청산되지 못한 채 또다시 되풀이됐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이달 14일 오후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항일거리 선포 시민대회'를 열고 노동자상에서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150m 구간을 항일거리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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