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4개국 방문…러 "美 불법제재로 베네수엘라 125조원 손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남미 순방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옹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남미 국가들은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경제·정치적 위기를 촉발한 '악역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베네수엘라의 정권교체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회"라면서 "현재 남미는 진정 시장 주도적이며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적인 여러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베네수엘라인)은 악의적인 배우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있으며 미국을 포함해 역내 모든 국가가 베네수엘라를 진정으로 도우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미국에서 출발한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14일까지 칠레, 파라과이, 페루, 콜롬비아를 순방한다.
미국 국무장관이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것은 1965년 이후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에는 고국을 등진 베네수엘라 이주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서 자국군을 철수하도록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석 달 넘게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으며, 미국 등 서방 50여개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정부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대해 미국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제재를 가한 뒤 여러 추가 제재를 부과하며 전방위 압박을 가해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살인적인 물가상승률과 생필품, 의약품 부족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만 가중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교부는 전날 미국의 불법적이며 일방적인 제재로 베네수엘라가 1천100억 달러(약 125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추산하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미국이 불법적인 제재를 푸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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