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설정·시각효과 돋보이는 중국 첫 SF재난영화 '유랑지구'

입력 2019-04-14 08:00  

참신한 설정·시각효과 돋보이는 중국 첫 SF재난영화 '유랑지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중국은 올해 1월 탐사선 '창어 4'호를 달의 뒷면에 인류 최초로 착륙시켰다. 전 세계에 '우주굴기'(堀起·우뚝 섬)를 과시한 빅 이벤트였다.
중국은 영화 소재의 지평도 우주로 넓히고 있다. 오는 18일 국내 개봉하는 '유랑지구'는 중국 최초의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답의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어 지난 2월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렀다. 장대한 스케일과 수준 높은 시각효과, 차별화된 이야기로 중국과 북미 관객을 사로잡았다. 중국에서는 '특수부대 전랑2'(2017)에 이어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다. 북미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거둔 이익만 7억 달러(7천959억원)에 이른다. 이제 한국시장 공략만 남은 셈이다.

설정부터 꽤 흥미롭다. 가까운 미래, 태양계 소멸 위기를 맞은 지구는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떨어지고, 사람들은 이상 기후를 피해 지하 도시를 건설해 산다.
전 세계 연합정부는 지구 곳곳에 1만개의 추진엔진을 달아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이동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엔진에 의지해 오랜 시간 우주를 유랑하던 지구는 목성 근처에 다다르고, 목성의 엄청난 중력 때문에 빨려 들어갈 위기에 처한다. 목성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37시간, 인류 대재앙을 막기 위한 사투가 지구와 우주에서 펼쳐진다.



SF 소설계의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 작가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그동안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행성과 충돌 위험 등을 다룬 재난영화는많이 나왔다. 그러나 지구 자체를 다른 은하계로 옮긴다는 설정은 전례가 없는 데다, 스케일마저 남다르다. 독특한 상상력을 그럴듯하게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시각효과기술(VFX) 덕분이다.
영화는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려 폐허로 변한 지구와 광활한 우주의 모습, 우주정거장과 지하 도시 등을 제법 생생하게 그려내며 한 단계 도약한 중국의 VFX 기술을 보여준다. 4년 동안 7천명의 스태프가 동원됐고, 5천만 달러(5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할리우드 SF 재난영화에 비교하면 제작비는 4분의 1 수준이다.

통상 재난영화는 재난의 등장과 이를 해결하는 영웅, 재난 앞에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애 등을 보여주는 수순을 밟는다. 이 작품은 이런 공식을 따르면서도 개인의 영웅 서사보다는 집단의 단결과 인류애 등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질감이 느껴진다.
중국 유명 배우 우징(吳京)이 연기한 우주정거장에 파견된 중령을 비롯해 우연히 구조대에 합류한 소년과 여동생, 남매의 할아버지 그리고 여러 명의 구조대원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재난 앞에 각자 역할을 하며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러나 관객은 이들의 감정에 이입할 새가 별로 없다. 영화는 잦은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과 슬로 모션으로 개개인의 과거와 사연을 보여준다. 신파적인 대사와 눈물 연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감정선은 뚝뚝 끊기는 편이다. 영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스토리를 이어나간다. 첩첩산중 재난이 끊임없이 전개돼 구구절절한 사연보다는 당장 눈앞의 재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더 주목하게 된다. 스토리라인이나 세부적인 연출에서는 아쉬운 점이 보이지만, 재난영화로서는 제역할을 한다.
중국영화인 만큼 재앙에 맞서 최선두에 선 사람들은 중국인이다. 자포자기에 빠진 세계 각국 구조대원들은 중국인 소녀의 마지막 호소에 차를 재난현장으로 다시 돌린다.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한껏 고취한 점도 영화 흥행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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