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상 "기능 못 할까 우려" 시비…관방장관 "개혁 논의할 것"
日 언론들도 'WTO 때리기' 가세…산케이 "난폭한 판단" 성토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자 돌연 태도를 바꿔 WTO에 대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판정이 나온 뒤 WTO 최고 심판기관인 상소기구의 위원 수가 적어 제 기능을 못 한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고노 외무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WTO 상소기구의 정원은 7명이지만, (심리에) 필요한 위원은 가까스로 3명뿐"이라며 "위원을 제대로 선임하지 않으면 상소기구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TO의 규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인식은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서 공유된 것"이라며 "일본이 WTO의 현대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의 지적대로 현재 WTO 상소기구의 상임 위원은 정원 7명 중 3명만 있지만, 규정상 3명의 위원만으로도 심리와 판정을 내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위원 중 4명이 공석인 것은 미국이 위원의 임명과 재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의 임명과 재임에는 모든 가맹국이 동의를 해야 한다.
'WTO 개혁' 주장은 12일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입에서도 나왔다.
스가 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WTO 개혁에 관한 논의를 포함해 미국과 긴밀히 연대, 협력하면서 다각적 무역체제의 유지와 강화를 꾀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WTO 흠집 내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자 조간에 '분쟁처리기능 부재 직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WTO의 분쟁 처리기능이) 궁지에 빠져있다. 각국이 협조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데 착수해야 한다"는 자국 전문가의 주장을 전했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무엇을 위한 WTO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WTO의 결정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난폭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번 결정은 WTO 개혁의 필요성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라며 "일본이 교훈을 살려서 개혁에 연결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WTO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그동안 한국과의 갈등 상황에서 '국제적인 룰'을 준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을 때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한국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 한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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