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교육받을 권리 달라" 농학생들, '소리 없는 외침'

입력 2019-04-13 14:10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 달라" 농학생들, '소리 없는 외침'
교육 과정에 수화통역·속기 서비스 제공 촉구…청와대에 서신 전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농학생(청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청와대에 촉구했다.
한국농교육연대와 삼성농아원 소속 학생들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 농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어주세요'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사항을 담은 서신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신에서 이들은 "듣지 못하는 제약 때문에 농학생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당국의 무관심과 방치 때문에 많은 농학생들이 어떤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고, 그것이 당연한 권리라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수교사의 교육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어 필요한 줄도 몰랐던 저희 농학생들을 더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갖춰진 학습 환경에서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농학생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친구와 어울리도록 도와줄 특수교육 전문 교사가 거의 없어 대부분의 농학생이 '각자도생' 식으로 버텨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농학생 눈높이에 맞게 직접 수어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특수학교에도 많지 않고, 일반 학교에 진학해 비장애인들과 함께 교육을 받아도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전국 대학교에서 농학생 심리 상담센터는 물론, 전공 과정에서 수반되는 배경 기초지식 등 여러 가지를 습득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기회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인이 원하는 수화통역 서비스와 속기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며 "농인도 당당히 세금을 내는 일원으로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국민으로 함께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소속 수어 통역사의 통역과 함께 진행됐다. 말을 할 수 있는 농학생의 말은 수어로, 수어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농학생의 이야기는 말로 통역됐다.
대학생 2명과 고등학생 1명은 발언 기회를 얻어 교육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어눌한 말투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공부하기가 어렵다"며 "수어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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