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해 "폭력범죄 부추겨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미국 민주당 소속 무슬림 하원 의원인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의원이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받은 이후 살해 협박이 증가했다며 선동적 언행의 중단을 촉구했다.
오마르 의원은 지난달 23일 무슬림 인권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행사 연설에서 9·11 테러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Some people did something)"라고 발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인사들의 호된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르 의원의 이 발언 장면과 함께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광경을 담은 43초짜리 편집 동영상을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위터에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는데,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이 증오를 선동하고 테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오마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트윗 글 이후 나는 생명의 직접적인 위협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런 위협에 주의를 기울여준 의회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같은 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의장 등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앞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영상이 게재된 이후 의회 관계자들과 논의해 의회 경찰이 오마르 의원과 가족, 참모에 대한 신변 보호를 하도록 조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마르 의원은 "우익 극단주의자와 백인 민족주의자들에 의한 폭력범죄와 다른 행위들이 미국과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더이상 이 나라의 최고위직 담당자가 이들을 부추기는 것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주최한 자치구(county)에서는 유세 후 몇 달간 증오 범죄가 226% 증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자신의 지역구인 미네소타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후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적 언사와 모든 형태의 증오연설은 우리 사회에 설 공간이 없고, 최고사령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며 "이런 행위는 생명을 위험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라고 호소하며 모든 폭력적 언사의 중단을 촉구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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